사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100분 만에 뒤집은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2일 저녁 회동에서 ‘2차 추경을 통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당 내부 반발에 부딪혀 100분 만에 번복했다. 이 대표는 13일 “확정적 합의보다는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한발 물러서고, 김기현 원내대표도 “당의 (선별 지급)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결국 합의는 없던 일로 정리되는 상황이다. 여야 당대표가 회동 후 합의를 내놓는 모습이 모처럼 연출됐는데 불발에 그치다니 아쉽다. 특히 국민의힘이 당대표가 합의하고 대변인을 통해 발표까지 한 내용을 뒤집은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

이날 두 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가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편성 등을 골자로 하는 33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부안은 코로나19의 4차 유행 이전 소비진작용으로 편성돼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등으로 피해가 집중되는 소상공인 지원이 재난지원금의 36.4% 수준에 불과한 만큼 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이라는 여야 대표의 전날 합의는 피해 집중 계층을 두껍게 보호하는 쪽으로 추경을 재편성하자는 여론 흐름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야 대표가 회동 후 전격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풍경은 새로웠다. 30대의 이준석 당대표가 들어선 이후 첫 저녁 회동에서 모처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런데 이런 기대를 국민의힘이 곧바로 뒤집어버렸다.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원들과 대선 주자들이 반발하면서 약 1시간40분 만에 이 대표가 합의를 접었다.

이준석 대표가 미처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돌파하려고 하다가 무산된 것인지 저간의 사정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 자체로 대단히 실망스럽고 공당으로서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특히 합의문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가 아니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정치를 희화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일에 대해 성찰하고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대표가 송 대표와 합의를 시도한 취지는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 여야 대표는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합의 정신을 되살리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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