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노조가 요구한 공공의료 확충, 정부 미룰 명분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보건복지부의 13차 노정실무교섭 현장을 방문해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보건복지부의 13차 노정실무교섭 현장을 방문해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을 하루 앞둔 1일 노조와 보건복지부의 막판 교섭은 진통을 거듭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위기 상황에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대응해온 양태를 보면 노조만 탓하기 어렵다. 지난 5월 이후 10여차례 교섭에서 정부 약속이 구두선에 그칠 뿐 진전되지 않으니 물러날 곳이 없다는 노조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 측이 파업을 선언하며 요구한 것은 5가지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의료인력 기준 마련과 공공병원 확충, 간호사 1명당 환자 수 법제화, 교육전담간호사 제도 전면 확대, 야간간호료 지원 확대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 간호사들의 고충을 해결해달라는 것으로, 3교대 간호사의 80%가 이직을 고려하고 신규 간호사의 42.7%가 1년 안에 일을 그만두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잦은 야간근무에 의사 업무까지 떠맡는 상황이 겹치며 간호사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요구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바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의 요구들이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항이라 당장 추진할 수 없고, 노조원이 아닌 다른 이해당사자들도 있어 노동계와의 협의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 다른 노력을 한 흔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보건의료노조에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극단적 집단행동 없이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정반대이다. 그제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은 공공의료 확대 의지를 의심케 한다. 중앙의료원 이전 및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예산은 요구안보다 대폭 삭감됐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을 43곳으로 확충하겠다는 내용도 정부가 2018년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구분해 책임의료기관을 만들겠다던 목표를 감안하면 매우 더딘 속도다. 가덕도 신공항에 투입하는 예산에 비하면 공공의료에 대한 명백한 홀대가 아닐 수 없다.

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만에 다시 2000명대로 늘어났다. 정부는 “3개월 동안 ‘중장기 과제들이라 긴 호흡으로 논의하자’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노조 측의 지적을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80%가 넘는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이런 부조리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장기 과제’ 타령만 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변명을 접고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새로 짜고 구체적인 실행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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