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발 ‘헝다 사태’, 금융위기급 비상 대응 필요하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몰아넣고 있다. 한국 증시가 추석연휴에 휴장한 사이 글로벌 증시는 요동쳤다. 홍콩 증시의 헝다그룹 주가가 지난 20일 19% 폭락한 것이 단초였다. 항셍지수가 두 달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미국과 유럽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이튿날부터 일부 증시가 소폭 반등했지만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비관론자들은 헝다그룹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러더스처럼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헝다그룹은 당장 23일 달러화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42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오는 29일 지급해야 할 달러화 이자는 562억원이다. 그런데 헝다 측은 위안화 채권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22일 밝혔을 뿐 달러화 이자는 명확한 지급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채 규모가 355조원으로 알려진 헝다그룹은 그동안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헝다그룹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파산하면 그 파장은 심각할 것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건설·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헝다에 대출한 은행은 부실을 떠안고, 채권이나 파생상품 투자자도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헝다에서 파생된 위험이 지구촌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헝다 사태가 금융위기급 재난으로 비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견해도 있다.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헝다의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은 데다 내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 당국이 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고 낙관할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0.2%로 15년 만에 최고였다. 5대 시중은행 대출 증가율은 이미 연간 관리목표에 근접했다. 자산거품 붕괴 경고가 잇따르고,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금융불균형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헝다발 금융위기로 자산가격 폭락과 신용경색이 현실화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한국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을 줄이려면 선제적으로 비상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금융위기에 대한 대비는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탄탄하게 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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