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19 합의 파기” 윤석열, 반문재인이면 다 된다는 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천안함 유족 등을 면담하기 위해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천안함 유족 등을 면담하기 위해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도 하면서 (9·19 합의를) 어기고 있다. 집권하면 북한에 9·19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그래도 변화가 없을 경우 파기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 뒤 듣지 않으면 행동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당선되면 9·19 합의는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자는 뜻에서 양측 국방부 장관이 서명했다. 남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역사적인 합의다. 보수층은 합의가 지나치게 북한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하지만, 한반도 평화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를 계기로 남북이 전방초소를 부수고 남북 간 도로 연결작업도 진행했다.

그동안 북한이 하노이 회담이 무산된 뒤 미사일 시험 등으로 합의 정신을 훼손해온 것이 사실이다. 윤 후보가 이런 상황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합의를 점검 또는 보완하는 조치를 추진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파기하겠다고 단정적으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 국가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북한이 상대방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합의를 파기할 경우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위험성이 고조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윤 후보가 합의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과 식견은 더없이 중요하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이 후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세우고 있다. 그런데 윤 후보는 지난 13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했다. 사드 도입으로 벌어진 국내외 갈등을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경솔한 발언이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국이 입은 경제 타격을 벌써 망각한 것인가.

윤 후보는 27년 동안 검사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든 지 반년이 못 된다. 윤 후보가 반문재인 정서를 등에 업고 보수야당 국민의힘의 후보가 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정책까지 깡그리 반문재인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는 당선되어도 국가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 더욱 진지하게 정책을 가다듬고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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