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토킹 범죄 막을 근본적 대책 마련하라

스토킹 폭력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스토킹범죄 대응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피해자는 1년간 5차례 이상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며 직장 동료들까지 스토킹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습적인 스토킹을 막지 못했다니 경찰은 무얼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스토킹범죄 대응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 19일 벌어진 사건 당시 상황을 보면 기가 막힌다. 피해 여성은 가해자를 발견하고 경찰에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나 긴급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엉뚱한 곳으로 출동했다. 가해자에게 내려진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과 피해 여성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가 보호장치의 전부였다. 이처럼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없는 틈을 교제 살인은 파고들고 있다. 지난 17일엔 30대 남성이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하던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베란다에서 여성을 떨어뜨렸고, 지난 7월에는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황예진씨가 남자친구의 무차별 폭행으로 사망했다.

지난 10월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뒤 한 달간 피해 접수 건수가 법 시행 이전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보이지 않는 스토킹범죄가 그만큼 많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자마자 피해자 보호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개정안이 5건이나 발의돼 있다. 스토킹범죄에 대한 수사 인력 보강과 가해자 위치추적, 촘촘한 신변 안전조치 등 대책이 시급하다.

그런데 스토킹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도 부족할 정치권에서 엉뚱한 주장이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스토킹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반박했다. 이 대표는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성 중립적으로 보는 게 맞는데 이것을 젠더 이슈화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성을) 갈라치기하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스토킹범죄의 심각성을 흐리는 부적절한 말이다. 해마다 50명가량이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여성들은 교제 상대에게 결별을 통보하기 전 포털에서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을 검색할 만큼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런 범죄를 방치해서는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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