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의 ‘공시가격 재검토’, 투기 억제 역행하는 발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부동산 가격이 예상외로 많이 폭등해 국민들의 부담이 매우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공시가격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공시가격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으로 재산세와 건강보험료의 부과 기준인 부동산 과세표준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부터 하향 조정하자고 했다. 민주당은 내년 재산세 동결 및 공시가격 현실화 유예를 정부에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현행 주택 보유세는 시장 가치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대비 현실화율은 70.2%였다. 예컨대 시가 15억원짜리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11억원 미만이어서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단독주택과 토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더 낮아 각각 50%대와 60%대에 머물고 있다. 과세표준도 종부세는 95%, 재산세는 60% 등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해 공시가격보다 더 낮춰준다. 지나치게 낮은 공시가격이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적절히 환수하지 못해 투기를 부추기고, 지방세수 증가를 억눌러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납세자 반발을 의식한 역대 정부는 선뜻 제도 개선에 나서지 못했다. 공동·단독주택, 토지 공시가격을 2028~2035년에 걸쳐 시세의 90%로 현실화하는 로드맵을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것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향 조정하자는 이 후보의 제안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값 폭등이 재산세와 각종 사회보험료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늘어나게 될 시민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상승으로 기초·장애인연금과 기초생활보장 등이 영향을 받는다면, 해당 계층을 위한 별도 대책을 강구하는 게 정도이다. ‘공시가격제도 전면 재검토’는 부동산 정책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의 종부세와 재산세 부담도 함께 줄어들게 돼 공정하지 않다. 불과 1년 만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수정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책 유연성’이 아니라 ‘신뢰 훼손’이다. 투기 억제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어렵게 만든 정책을 되돌리는 처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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