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되풀이된 경계 실패, ‘철책 월북’ 3시간이나 몰랐다니

강원도 동부전선에 쳐진 철책. 경향신문 자료사진

강원도 동부전선에 쳐진 철책. 경향신문 자료사진

새해 첫날, 강원 동부전선 최전방 부대에서 ‘철책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남측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 군당국은 월북 상황이 감시장비의 폐쇄회로(CC)TV에 찍히고 경보음까지 울렸음에도 3시간 가까이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육로에서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북 감시망에 이토록 심각한 구멍이 뚫릴 때까지 군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또다시 드러난 허술한 경계 태세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합참 발표 내용을 보면 이날 오후 6시40분쯤 월북자가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었을 때, 철책에 설치된 GOP 과학화 경계감시장비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월책 장면이 CCTV에 찍혔고, 광망체계(철조망 감시센서) 경보음도 울렸다. 그러나 CCTV 감시병은 철책을 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 또 경보음에 따라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철수했다. 이중의 경계 실패가 발생한 셈이다. 군은 뒤늦게 오후 9시20분쯤에야 월북자가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되자 병력을 출동시켜 작전을 펼쳤지만 추적에 실패했다. 군당국은 2일 오후까지도 월북자의 구체적 신원은커녕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에서는 과거 이른바 ‘노크 귀순’ ‘철책 귀순’ ‘오리발 귀순’ 등이 잇따랐다. 지난해 2월 북한 주민 1명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바다를 헤엄쳐 건너왔다. 당시 북한 주민이 남측 해안에 상륙한 이후 수차례 감시장비에 포착됐음에도 적절한 대응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 발생 3개월 전에는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30분 만에야 발견된 일도 있었다. 22사단이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잇단 경계 실패를 납득하기는 어렵다.

군은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경계감시장비를 보강해왔다. 하지만 새해 첫날 최첨단 장비가 제대로 작동했음에도, 부실한 초동 대처로 월북 사태를 막지 못했다. 결국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군의 기강과 근무 태세다. 군당국은 전방지역의 감시장비와 인력운용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북측은 월북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안전하게 돌려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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