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화 경계망 CCTV로 5번 포착하고도 탈북민 놓친 군

지난 1일 탈북민이 강원도 동부전선을 통해 월북하는 과정에서 군의 일반전초(GOP) 폐쇄회로(CC)TV에 다섯 차례나 포착됐지만, 감시경계 병력이 이를 모두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5일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이 육군 22사단 GOP가 관할하는 철책을 넘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감시카메라 3대에 잡혔고,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경고음이 울렸다. 하지만 GOP 감시병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CCTV 영상에서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경고음을 듣고 병력이 출동했으나 발자국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1년 전 같은 탈북민이 귀순할 때 드러난 경계망 허점이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합참의 조사 결과가 말하는 것은 하나다. 장비는 제대로 작동했는데 그를 운용하는 군이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과 CCTV는 탈북자의 월책을 정상적으로 포착했다. 그런데 군은 GOP 감시카메라 녹화영상을 되돌려봤지만 월책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저장서버에 기록된 시각과 실제 촬영 시각 사이에 4분가량 오차가 발생해, 월책 전 엉뚱한 영상만 보았다. 해당 초소에서 하루에 두 차례 장비의 시각을 서로 맞춰야 하는 기본 지침조차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대대지휘통제실도 점검 후 특이상황이 없다면서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하고 대대장과 상급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 역시 지침 위반이다. 뒤늦게 오후 9시17분쯤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 탈북민이 다시 포착된 후에야 상급부대로 상황이 보고됐다. 이마저도 군은 탈북민이 월북하는 게 아니라 귀순하는 것으로 오판했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군은 도대체 무엇을 보완했다는 것인가. 그 무능에 할 말을 잃는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경계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계작전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문제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점에 대해 군은 특별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질책했다. 아무리 첨단 감시장비를 설치해도 이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 장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보인 허점이 군 근무기강의 해이 때문이라면 더욱 문제가 크다. 군당국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차제에 대북 경계 태세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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