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처리용’ 민형배 탈당, 민주주의 훼손하는 꼼수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 20일 전격적으로 탈당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법사위에서 처리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시 참여하게 될 무소속 의원 1인으로 민 의원을 배치해 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누가 봐도 강행 처리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위장탈당’ ‘기획탈당’ 같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수완박 입법 취지가 정당하다면, 입법 과정도 정당해야 한다.

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민 의원의 개인적 결단이 있었다. 원내지도부는 상의와 숙고 끝에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민주당은 자당 출신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사보임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에 대비해왔다. 상임위에서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 위원 수와 나머지 위원 수를 3 대 3으로 한다. 여당 성향 무소속 위원이 야당 몫으로 배치되면 실질적으로 4 대 2 구도가 된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6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면 소위 심사를 거친 것으로 간주해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상에 따라 양 의원이 지난 7일 법사위에 배치됐으나 그가 검수완박 반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19일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결국 민 의원이 탈당해 안건조정위에 참여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이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민 의원 탈당 직후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안건조정위는 숙의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은 열린민주당 의원 등을 활용해 안건조정위를 번번이 무력화시켰다. 이번에는 여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활용하려다 소속 의원을 탈당시키는 사태까지 이른 것이다. 16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자 새천년민주당이 ‘의원 꿔주기’로 교섭단체를 만들어준 부끄러운 정치사를 연상시킨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들 보기에 꼼수라 생각할 것”(조응천 의원)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일”(이상민 의원)이라며 비판하겠는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위성정당 창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살리지 못한 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몇 달 지나지도 않았는데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한 위성비례정당 사태로 회초리 맞은 일을 까맣게 잊은 건가. 검수완박 입법에 당위성이 있다 해도, 이런 식으로 강행 처리해선 안 된다. 모든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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