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증가 속 무역적자, 외생 변수 대응 전략 시급하다

정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한 576억9000만달러로 역대 4월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2306억달러로 사상 처음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은 18개월 연속 성장세이자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의 호조였다. 그러나 지난달 수입액은 18.6% 늘어난 603억5000만달러였다. 무역수지는 26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2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빠지면서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66억달러로 불어났다. 향후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수입은 계속 늘어나 무역수지 적자 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투자와 소비 부진 속에서 홀로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수출량은 1477만t으로 1년 전보다 5.6% 줄었음에도 수출액이 늘었다. 이는 제품 판매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가격을 올린 영향이다. 4월 수출 기록을 갈아치운 석유·철강·석유화학 제품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단가를 인상하고 있다. 수출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은 상하이에 이어 다른 도시로 봉쇄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3.4% 줄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해 세계 각국의 수요가 가라앉는 상황도 한국 수출에는 큰 타격이다.

원유와 가스, 석탄, 곡물 등 한국이 수입하는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더 심해지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재정과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를 내는 ‘쌍둥이 적자’ 우려도 나온다. 쌍둥이 적자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동시에 나타나는 ‘3고 시대’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리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계속 이어나갔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주무 장관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 원자재값 상승 탓이라며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수출도 여러 나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계 8위의 무역 대국임에도 중국(25%)·미국(15%)·베트남(9%) 3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다. 악재 틈바구니 속에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차기 정부 경제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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