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 집무실 앞 시위 또 허용, 경찰은 집회 보장 기준 내놔야

서울행정법원이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시위하겠다는 참여연대의 집회를 허용했다.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에 불복해 참여연대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법원은 지난 11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시위 금지가 규정된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놓은 데 이어 이날도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잇따른 시위 허용 결정으로, 경찰이 용산 집무실 인근 시위를 전면적으로 막는다는 방침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경찰은 집회 금지 조치 방침을 철회하고 시민들의 정당한 집회를 보장하는 전향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판부는 21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하위 1개 차로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허용했다. 이를 벗어난 범위의 집회에 대해서는 경찰의 금지 처분을 유지했다. 집회 범위를 일부 축소해 허용하면서 집시법상 ‘100m 이내 집회 금지’ 대상으로 정한 대통령 관저에 용산 집무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재확인한 셈이다. 경찰은 ‘경호상 이유’를 들며 집무실 앞 집회를 일괄 금지한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던 청와대 시절 관행을 그대로 고집했다. 하지만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취지와도 배치된다.

경찰은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신고된 집회 내용에 맞게 현장을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찰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유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유지하고 있으며, 본안 소송까지 다퉈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집회가 계속되면 대통령실 기능과 안전이 우려된다”며 “국회와 대법원 등 헌법기관을 보호하는 집시법 취지와 형평성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대통령 집무실을 관저로 간주한 해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이 분명해졌다. 경찰은 집회 상황과 범위에 따라 합리적인 대응 기준을 세우고, 시민들의 집회를 안전하게 보장할 방안을 우선 모색해야 한다.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윤 대통령이 집무실 앞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며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겠다고 나설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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