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민 대응 인도적 원칙 세우되 정치적 접근 안 된다

통일부가 2019년 탈북 어민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이 중 한 명은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저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13일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사건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탈북민 송환에 대한 입장을 바꾸며 사진을 공개한 것도, 곧이어 대통령실이 송환을 비판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사진을 공개한 것을 제외하면, 이 사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군은 그해 10월31일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발견한 북한 오징어잡이 배를 이틀간 추적한 끝에 나포했고, 승선자 2명을 정부합동신문에 부쳤다. 이들은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장을 살해했고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15명의 선원을 차례로 죽였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남쪽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정부는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나포 닷새 만에 북으로 송환했다.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귀순 요청을 거절하고 북으로 송환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당시 통일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 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 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권은 탈북민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하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한국 사법체계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들의 월남 경위가 ‘귀순’이라기보다 ‘체포’에 가까웠다며 내국인 안전을 위해 이들을 추방한 것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주장한다.

흉악범죄 용의자도 인권 보호의 원칙에 따라 대하는 것이 옳다. 이 원칙은 내국인뿐 아니라 탈북민과 난민신청자에게도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탈북민의 인권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것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차제에 북한과 범죄인인도협약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경우에 탈북민을 송환할 것인지 등 법·제도의 공백을 메울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제기가 전 정권 때리기를 통한 지지율 회복이라는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했다면 문제가 크다. 끝없는 논쟁만 촉발할 뿐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대통령실이 전 정권의 조치를 단정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을 낸 것은 유감스럽다. 앞으로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통일부는 지난 11일 문제의 탈북 어민들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으로 넘겨줄 경우 피해를 입을 것을 생각한다면 북송은 잘못된 조치라는 입장을 냈다. 사건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가 갑자기 깨달았다는 말인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통일부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것은 볼썽사납다. 윤석열 정부는 향후 대북 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도 아울러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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