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자 세금 깎아주는 세제개편안, 국회서 꼼꼼히 검증해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 기업 관련 세부담 완화를 뼈대로 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고, 4단계인 과표 구간은 2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일감몰아주기와 가업승계 목적 증여·상속에 대한 과세 기준도 완화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는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고, 세율도 내리기로 했다. 소득세는 하위 2개 구간의 과표를 조정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제개편의 배경으로 “경제의 역동성 제고”를 들었다. 정부가 내놓은 감세 정책은 대부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고세율 25%를 적용받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은 103곳이다. 법인세 신고 90만6325개 법인의 0.01%뿐이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1조6338억원이었고, 법인세로 8조8420억원을 납부했다. 명목 최고세율은 25%지만 감면과 공제 등을 통해 이익의 17.1%만 세금으로 냈다. 최고세율이 내려가면 삼성전자는 연간 1조5000억원가량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주택 종부세 납부대상은 93만1000명으로 전체 가구의 4% 남짓이다. 이들도 보유 주택이 고가일수록, 주택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가업승계를 명분으로 한 상속·증여세 완화는 일부 부자의 자산 대물림을 고착화해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

이번 감세 정책은 최근 경제 상황과도 괴리가 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약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7, 8월에도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8월에도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감세 예고는 유동성을 늘려 물가 오름세를 자극할 수 있다. 부자는 고물가 영향을 받지 않지만, 서민 고통은 더 커지게 된다. 고금리 기조로 하향 안정 기미를 보이는 주택시장과도 감세는 역행한다. 종부세 부담이 커 집을 내놨던 다주택자라면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여 집값 상승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건전재정 기조를 밝혔던 정부가 감세를 하겠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개편으로 세수가 13조1000억원 감소한다.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지출을 억제해야 하는데, 세수마저 줄어들게 됐다. 저소득층과 영세 소상공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코로나19 방역과 금리 상승기 취약계층 채무조정 등에도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민생을 돌봐야 할 시기에 부자감세는 맞지 않는다. 세제개편안이 조만간 임시국회에서 논의된다. 국회에서 꼼꼼하고 철저하게 검증하고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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