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대한 계획’은 MB ‘비핵·개방 3000’과 무엇이 다른가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담대한 계획’을 또다시 언급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처음 나온 이 말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큰 행동을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큰 보상을 할 용의가 있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북핵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지만, 구체적 행동계획과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공허한 레토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22일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를 수용할 경우 제시할 ‘담대한 제안’에 대해 현실성 있는 방안을 촘촘히 준비하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하면 1인당 소득 3000달러 사회가 되도록 해주겠다는 취지였다. 북한이 일찌감치 거부했고 이명박 정부도 점점 이 말을 쓰지 않게 됐다. 이를 의식했는지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제공할 상응조치로 경제협력에다 체제안전 보장을 추가하겠다고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담대한 계획 안에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우려 및 요구사항 등을 포함해 경제적·안보적 종합적 차원의 상호 단계적 조치를 포괄적으로 담는 방안을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 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권 장관의 언급이, 보수정부가 북한의 안보 우려에 근거가 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안보 우려를 해소하려면 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정부가 그 부분까지 의도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이러한 구상을 실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취임 석 달이 되도록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지난 21일 업무보고에서 한·미 포괄적 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중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박진 장관은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가 없는 구상은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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