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에 제동걸린 여당 비대위, 책임은 친윤계에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이 26일 법원에 의해 전격 정지됐다. ‘당 전국위원회가 의결한 비대위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주 비대위원장의 직무는 향후 상당 시간이 걸릴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된다. 지난 9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당권·당무를 넘겨받아 출범한 비대위 체제는 사실상 법적 존립 근거가 없어지고, 집권당은 초유의 지도부 공백·혼란 사태를 맞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가 주호영 비대위를 무효라고 판단한 근거는 두 갈래다. 지난 2일 사퇴한 최고위원들까지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로 전환키로 하고, 이 결정을 토대로 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을 거친 것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봤다. 또 당헌 96조 1항에 따라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했다. 지난 7월8일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당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였고,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사퇴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한 것이다. 당 스스로 이 전 대표 징계를 비상상황이 아닌 사고로 규정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출범시켰다가 다시 비대위 카드를 뒤늦게 꺼내든 게 자승자박이 된 셈이다.

여권은 대혼돈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정당 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남부지법에 이의신청을 냈다. 비대위 체제를 이어갈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복귀할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주 비대위원장은 재판장이 법원 내 특정 모임 출신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헌법파괴 행위에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맞섰다. 당 지도부는 ‘불복’ 뜻을 비치고, 한쪽에선 ‘가처분 수용과 문책’을 요구하는 내홍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할 일은 명확하다.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는 법원 결정을 무겁게 돌아보고, 당 운영이 아전인수식으로 폭주한 것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와 ‘사적 채용’ 파문으로 권 대행 체제가 흔들리자 바로 비대위를 밀어붙인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게 있다. 법원의 결정에 반기를 든다면 더 큰 혼란만 자초할 것이다.

가처분 결정이 나온 이날, 국민의힘은 천안에서 1박2일 연찬회를 마쳤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집권여당 책임은 무한”이라며 민생정당, 일하는 국회, 연금·노동·교육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축이 될 비대위는 출범 17일 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윤 대통령이 연찬회에서 “더 이상 전 정권 핑계는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며 당·정·대의 결속과 분발을 주문한 것도 무색해졌다. 한국갤럽의 국정지지율 조사는 이날도 27%를 기록해 5주째 20%대에 머물렀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안팎으로 집권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각종 입법과 예산 처리를 통해 민생을 챙겨야 할 정기국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집권당의 역할은 재삼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여당은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게 신속하면서도 질서 있게 새출발해야 한다. 처절한 자성을 바탕으로 인적·정책 쇄신을 단행하면서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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