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히잡 의문사’ 시민 저항, 이란은 폭력진압 중단하라

이란 정부가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최소 75명이 사망했다고 이란인권단체(IHR)가 26일 밝혔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지난 16일 이후 80여개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유혈참극이 빚어지고 있다. 이란 여성들은 아미니의 희생을 남의 일이 아니라며 항의의 뜻으로 히잡을 태우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평화 시위대에 대한 국제적 연대와 함께 이란의 유혈 진압에 규탄의 목소리도 높다. 시위대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히며, 이란 정부의 진압 중지를 촉구한다.

이번 시위의 기저에는 이란 신정(神政)체제의 여성 억압이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정부는 율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사회참여도 제한했다. 여기에 파탄에 빠진 이란의 경제상황이 기름을 부었다. 국민 과반수가 빈곤선 아래에 놓인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석 달째 50%를 웃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탓이 크다. 지난해 6월 온건파 정부를 비판하며 집권한 강경 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 정부는 빈곤층의 경제적 고충을 해결하지 못했다. 검사 출신 라이시의 철권통치에 중산층과 청년·여성 등이 주축이 되어 반발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번 시위가 광범위한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슬람 성직자로 33년째 최고지도자로 군림 중인 하메네이를 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 구호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란의 신정체제에 대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도 시위대에 호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이란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고, 재무부는 종교경찰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독일도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함께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5일 서울 테헤란로에도 100여명의 이란인들이 모여 아미니에 대한 추모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데올로기로 시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면서 민생에서도 실패한 정부가 저항하는 시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이란은 즉각 시위대 진압을 멈추고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여성을 비롯한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강구할 때가 되었다. 핵협상을 조속히 타결지어 국제제재를 풀고 경제를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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