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군사협력 급강화, 정부는 명확한 한계선 밝혀라

한미일 대잠전 훈련 참가전력들이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미국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DDH-II), 미국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일본 구축함 아사히함(DD), 미국 순양함 첸슬러스빌함(CG). 대열 제일 앞쪽은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해군본부 제공

한미일 대잠전 훈련 참가전력들이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미국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DDH-II), 미국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일본 구축함 아사히함(DD), 미국 순양함 첸슬러스빌함(CG). 대열 제일 앞쪽은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해군본부 제공

한·미·일 3국의 해군이 동해에서 잇따라 합동 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협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항모전단 전개 때 한·미·일 3자 대잠전 훈련을 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3국이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벌였다. 하지만 한·미·일 3국, 특히 이 중에서도 한·일 양국 군의 협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한·미 군사훈련이나 안보 협력과 달리, 3국 간 및 한·일 간 군사협력 강화가 한·일 양국 관계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한·미·일 합동 훈련의 명분은 날로 커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이후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 도발을 이어온 북한은 9일 새벽에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노동당 창건일 77주년을 하루 앞두고 새벽에 7번째 발사를 감행한 것이다. 이에 한·미·일 3국의 북핵 협상 대표들은 즉각 소통하고,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이어질 뿐이라며 양자·3자 간 공조 강화를 약속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전화 통화를 한 뒤 다른 사안을 제쳐두고 양국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9일에도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재강조했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안보협력을 압박하는 것도 3국 간 군사협력 강화를 추동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력을 높이는 만큼 그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없이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간 위안부·징용공 문제 등 갈등 사안의 해결은 제쳐두고 안보 협력만 급속도로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게다가 이번 훈련이 벌어진 해역은 독도에서 약 185㎞ 떨어진 곳이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다 묻어두고 성급하게 군사협력 강화를 통해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사과를 거부하는 과거사 문제 등 여러 사안들의 해결을 왜곡할 수 있다. 한·일관계를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협력 강화는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급작스러운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정부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본과 어느 수준까지 군사적으로 협력할 것인지 분명히 해놓지 않으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미·일 3국 간 군사협력 강화는 필연적으로 대중 포위망 구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척을 질 경우 남북관계 개선은 더욱 어려워진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