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반도체 수출 통제, 미·중 갈등 장기 대책 세워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칩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조치로 국내 기업들도 중국에 반도체 장비나 칩을 판매할 때 미국의 허가를 사전에 받아야 한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출국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D램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이번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미국과 사전 정보 공유가 있었다”며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수출 규제 대상인 첨단 장비는 국내 생산이 없고,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은 극소량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생산 시설을 둔 다국적기업에는 사안별로 심사해 수출 허가를 내주겠다고 한 것도 한국 기업들을 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을 뿐이다.

수출은 한국 경제의 동력이다. 이번 반도체 조치를 포함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공급망을 바꾸는 미국의 무역 정책은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당장 미국에서 현대·기아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줄고 일자리 유출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제시하는 새 기준에 맞춰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하는 일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대선이 다가오면 더 강력한 대중국 재재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 여기에 오는 16~22일 열리는 ‘제20차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되면, 중국도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다.

미·중 갈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대미 협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IRA처럼 미국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해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중국과의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 양국 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같은 채널을 통해 경제 협력을 공고히 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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