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2년 만의 엔·달러 150 돌파, 아시아 외환위기도 대비해야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21일 달러당 150엔을 넘어섰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선 것은 버블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 추락은 일본의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3.00~3.25%까지 끌어올린 미국과 달리 일본은 사실상 ‘제로(0)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이나 해외 자금 이탈보다 경기 방어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1255조엔(1경2000조원)에 이르는 국가채무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일본의 저금리 정책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국 위안화 약세도 계속되고 있다. 위안·달러 환율은 달러당 7.2~7.3위안 안팎으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과 경기 침체 우려 고조로 중국 역시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원화의 대외 가치는 엔화나 위안화에 동조한다. 한국 경제가 일본 및 중국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엔·위안화 약세는 그 자체로 원화의 평가 절하 요인이고, 동시에 강달러 현상을 부추겨 원·달러 환율을 더욱 높인다. 엔·위안화 약세 영향으로 필리핀과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도 올 들어 급락했다. 외신들은 아시아 전역에서 1997~1998년과 비슷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으로서는 엔·위안화 변수에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거의 모든 대외 신용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한 달 새 196억6000만달러 줄었다.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38억43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대외무역 여건도 좋지 않다. 강원 지역의 테마파크 레고랜드의 부도 충격으로 자금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채권시장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중소 건설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고,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신용채권과 국고채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의미다. 민생과 경제가 최악의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와 당국은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금융시장 감독을 강화해 1997년 같은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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