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정기국회 처리 무산된 새해 예산안

새해 예산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였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정기국회 내 예산안 통과가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도 미뤄졌다. 10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만큼 여야는 주말 내 협상 타결을 시도할 것이라고 한다. 민생위기가 심각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합의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막판까지 여야가 평행선을 달린 최대 쟁점은 법인세율 인하 문제였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자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초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권은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제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법인세 인하로 생긴 기업 여유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다. 이명박 정부 때 선례에서 보듯 투자 지출은 줄고 기업유보금만 늘어날 수 있다. 또한 법인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 효과가 재정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보다 심각할 수 있다. ‘건전재정’을 강조해온 여권이 감세로 세수를 줄이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년에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법인세 인하를 철회하고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게 합리적이다. 여당이 양보해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극한 대치도 우려스럽다. 특정 사업 예산을 ‘윤석열표 예산’ ‘이재명표 예산’이라 명명해가며 증액과 삭감을 이야기하는 일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 예산안 심사와 처리는 국민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정치적 득실을 따져서는 곤란하다. 국회 운영의 책임은 여야가 나눠져야 하지만, 협치 노력이 부족했던 여당 잘못이 더 크다. 집권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거대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는커녕 ‘준예산’ 운운한 건 실책이다. 민주당 역시 자체 수정안을 올려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했는데, 의석수에 기댄 횡포로 비칠 수 있다.

시간이 없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버리고 오로지 주권자의 관점에서 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예산안을 통과시킨 후에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할 일이 많다. 유례없는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회는 ‘진짜 정치’를 보여줄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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