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상도 제시 못한 교육전문대학원안, 졸속 추진 안 된다

교육부가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설립 계획을 밝혔다. 교육대와 사범대 중심의 교원양성 시스템을 교전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 상반기에 교전원 2곳을 시범 운영하고 내년에 정식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교전원은 다양한 전공을 가진 교사를 길러내는 장점이 있다. 경제학과나 전자공학과 졸업자도 교전원에 진학해 2년간 공부하면 초등학교나 중·고교 교사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전원 졸업자에게 임용 시험 면제 특전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교원양성은 백년대계의 핵심으로, 사회 변화에 맞춰 교원양성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교육과정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학생 수 감소로 교육대 정원이 지속적으로 줄고, 교육대 역시 축소되면서 다양한 교육과정 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중등학교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반영하고 융·복합 교과를 가르칠 능력이 있는 교원이 필요하다. 교사의 역할도 과거와 달라졌다. 지식 전수와 수업 외에도 학생의 성장을 돕고 진로 개척을 도와주는 협력자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기획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정부의 교전원 안을 보면 교육대·사범대보다 우월한 교원양성 체제인지 의문이 든다. 교육부는 ‘대학원 수준 교원 양성’과 이를 통한 교사혁신 및 교육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교사의 학력이 석사급으로 올라간다고 해서 전문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미 현직 교사의 40%가량은 석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교전원 출신 교사라도 10~20년이 지나면 시대 변화에 맞추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교전원 설립 아이디어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와 2020년 문재인 정부도 교전원 도입을 검토했으나 반대 의견이 많아 폐기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처럼 비싼 학비를 댈 수 있는 사람들이 교전원에 다수 진학하게 될 경우 계층 간 위화감이 확대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교원양성 체계 개편은 한국 교육의 당면 과제 중의 하나다. 교사를 교전원으로 양성할지 교·사대 재정비를 통해 키워낼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교육부는 예비교사는 물론 교원단체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정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교육자를 양성할 것인지 목표는 제시하지 않은 채 교·사대 통폐합을 용이하게 하고, 교사 수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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