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전 경쟁 간데없고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국민의힘 전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당대표 경선에 나선 김기현 후보가 지난 11일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곤란하다”며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지났는데 그런 분란은 안 된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주자 안철수’가 대표에 당선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약화돼 탄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의힘 당원은 물론 국민들에 대한 겁박이며, 진흙탕 선거에 대한 자백일 뿐이다.

김 후보는 “국민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목소리로 일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집권당 대표가 되겠다는 인사가, 그것도 판사 출신 법률가가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정례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이 32%로 조사되는 등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이다. 여당이 할 일은 대통령 심기 경호가 아니라 ‘진짜’ 민심을 전하는 일이다. 뒷받침할 것은 뒷받침하되,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김 후보는 “어떤 후보도 대통령을 핍박·비난하면 당 안정에 결정적 결함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당 안정을 해친 장본인이 누구인가. 민심 1위, 당심 1위 후보들을 차례로 찍어낸 윤 대통령과 ‘윤심’ 마케팅에만 골몰해온 김 후보 아닌가. 앞서 김 후보 후원회장이던 신평 변호사는 안 후보 당선 시 윤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가 후원회장직을 사퇴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밖에 안 됐는데, 유력 당권 주자 진영에서 ‘탄핵’ ‘탈당’ 같은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건 정상적 행태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이지러진 경선 레이스를 제 궤도로 복귀시켜야 한다. 각 주자들과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박성중·이만희·이용 의원 등 친윤계 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탈락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을 정점으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주도한 줄세우기 행태에 당심도 고개를 돌렸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경선 후보들은 남은 기간이라도 민심 이반의 원인을 되짚어보고, 민생 중심의 정책·비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당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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