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학의 출금’ 필요성 인정하고 관련자들 무죄 선고한 법원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15일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1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 검사의 공소사실 중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 기재해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든 혐의는 유죄 판결하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절차적 흠결보다 실체적 정의를 중시한 판결로 평가한다.

재판부는 우선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사실상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했고 정식 입건만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에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할 때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불법 출금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별도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별장 성접대’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별장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법의 심판을 피해나갔다.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는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대법원에서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아 파기환송되고 무죄가 확정됐다. 그사이 불법 출금·수사 외압 등 파생 사건이 양산되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기소됐다.

2013년 ‘별장 동영상’ 파문 직후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가 없었다면 김 전 차관은 단죄됐을 것이다. 그를 단죄하려던 인사들이 절차 위반 논란에 휘말려 법정에 서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10년 동안 이어지며 국민을 공분케 한 부조리는 모두 검찰의 원죄 탓이다.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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