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 그리고 우리의 자세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출시된 뒤 3개월간 벌어진 일들은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많은 언론이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시민들의 사용후기가 쏟아진다. 관련 업계의 주가도 급등락한다. 1997년 체스 AI 딥블루, 2016년 바둑 AI 알파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듯하다. 혹자는 이 AI가 인터넷의 발명에 맞먹을 정도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유사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국내 AI 업계도 덩달아 주목받는 것을 보면 사업적 관점에서는 잠재력이 커 보인다.

챗GPT는 사람이 질문을 하면 마치 타인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답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거의 모든 정보를 취합해 맥락에 맞게 재배열해 새로운 문장을 생성하는 것이다. 논리적인 글뿐 아니라 문학적인 글도 생성한다. 아직은 영어에 국한된 얘기지만 문법이 정확하고 말투도 매끈하다. 이 프로그램을 써본 사람들의 반응은 ‘섬찟하다’부터 ‘부풀려진 것 같다’까지 다양하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기도 하고, AI가 언젠가는 인간처럼 자의식을 갖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인간 신체와 정신이 이 기술과 좀 더 결합되는 쪽으로 변해갈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일은 막연한 두려움, 놀라움, 환호보다 이 기술이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을 숙고하고 사회가 무엇을 할지 논의하는 것이다. 긍정과 부정 양면이 있을 수 있다. 이 AI를 이용하면 과거보다 인터넷 검색에 들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음성 서비스 등이 가미될 경우 인터넷 검색 등 기존 정보 활용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년층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당장 교육, 법률, 광고, 부동산중개 등 글을 쓰고 정보를 생산하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인간 노동의 어떤 부분은 사라질 수 있다. 허위정보 유포나 표절 우려도 있다. 이 기술에 대한 합당한 규제를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 무기, 화학물질, 생체실험 등 규제 없는 과학기술 분야는 없다. AI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업무에 이 AI 활용을 검토하라고 한 것은 성급했다고 본다. 기술 자체엔 목적이 없다. 그것을 만들고 권하는 사람들에게는 목적이 있다. 어떤 기술을 만들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 기술을 쓰게 될 대다수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잘 알고 난 뒤에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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