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아과 진료체계 강화, 의료진 충원 없이 가능한가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의 핵심은 소아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보상 확대이다. 소아전문응급진료센터를 추가 설치하고 시설·장비 지원을 늘리며, 종합병원들의 소아과 전담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소아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아이들이 치료를 받기 어려워진 현실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하고 근본적인 해법인 의사 인력 확충 계획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증·응급 등을 포괄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이어 최근 3개월 사이에 세번째로 나온 대책이 이 정도라니 답답하다.

소아 의료가 위기에 처한 것은 진료할 의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출생 여파로 소아 의료 수요가 감소하고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전공 기피와 수도권 쏠림이 심해진 게 원인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 모집 결과 50곳 중 38곳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0명이었다. 의사가 부족한 데다 쏠림 현상이 겹치면서 수도권 일부 대학병원이 주말 소아청소년과 응급진료를 중단하는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가를 높이고 시설·장비를 늘린다고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의료계와 협의해 의료인력 확충을 추진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나 계획에 대한 정부안을 내놓지 않았다. 의사 부족이 근본 원인임이 명확한데 인력이 어디서, 얼마나 부족한지 파악하고 어떻게 채워나갈지를 고민하는 일조차 미루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시간 진료체계를 갖추겠다”고 했지만, 이런 대책으로는 어렵다. 인력 확충 문제를 고민했다면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거나 소아과 전문의의 병원 고용을 늘릴 방책부터 제시했어야 한다.

결국 궁극적인 해법은 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증원에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정부는 논의를 미뤄왔다. 정부는 하루속히 의료계와 의사 인력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의대 정원 증원 방안을 포함해 장기적인 대안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진료과목·지역 간 쏠림 문제에 대한 대책도 강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필요한 지역에서, 필요한 수의 의사가 진료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의사 확충은 공공·필수의료 부문을 지탱하고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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