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성한 안보실장까지 물러난 ‘방미 외교 난맥’ 진상이 뭔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돌연 사퇴했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외교안보 사령탑이 물러난 것이다. 지난 3주 사이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외교비서관이 석연찮은 이유로 잇달아 사임·교체된 데 이어 그들의 상급자인 안보실장까지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이 모두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관여하는 핵심 참모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김 실장은 이날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향후 예정된 대통령님의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국정운영 부담’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경질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자신으로 인한 논란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여러 정황과 보도상 내달 말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문화교류 행사 준비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미국 측이 윤 대통령 부부 참석 행사에 유명 걸그룹인 블랙핑크를 초청하자고 제안했는데, 대통령실 참모들이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이 다른 경로로 이를 알게 돼 책임을 물었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중요한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할 정도의 잘못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꼬리가 머리를 흔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김 실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최종 협의하고 일정을 발표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상대국인 미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 후임자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는데, 현장에서 대통령 방미를 준비해야 할 주미대사는 다시 공석이 됐다. 백악관이 대통령실에 유감을 표하고 해명을 요구해도 이상하지 않다.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공개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한반도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러한 위기 상황과 대통령 방미에 차질없이 대비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로 외교안보 라인 공백 상황부터 빚었으니 국민적 의구심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번 사태의 내막을 철저히 규명해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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