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통합’이란 말 사라져가는 윤석열 정부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념사에서 “희생자·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한 지난해보다 추념식은 축소됐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게 적절한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구에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하고 1년 새 3번째 서문시장을 찾아 “대구 시민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지난해 참석해 올해 4·3 추념식에 불참했다는 논리는 옹색하고, 보수층 결집에만 신경쓰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에게서는 ‘국민 통합’이란 말도 사라져가고 있다.

추념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4·3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만 했다. 4·3의 국가 책임 인정은 정부의 반성·치유와 국민통합으로 가는 첫걸음에 해당한다. 올핸 그 말이 빠지고 윤 대통령이 주창하는 ‘자유’ ‘인권’의 가치로 대치됐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김기현 대표·주호영 원내대표가 추념식에 불참했고, 태영호 최고위원은 “4·3사건은 북한 김일성 지시가 촉발한 것”이란 발언의 사과를 재차 거부했다. 이날 추념식이 열린 4·3평화공원 앞에선 4·3 당시 학살과 만행을 저지른 서북청년단이 집회를 시도해 유족들과 충돌을 빚었다. 시대착오적이고 희생자·유족을 두 번 울리는 극우단체 준동엔 여당 지도부의 무책임한 언행이 멍석을 깔아준 게 아닌지 묻게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통합’ 언급이 없다는 지적에 “통합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집권 후 5·18 행사 참석 뒤로는 통합 행보와 거리가 멀었다. “강성 노조 폐해 종식 없이는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가 없다”며 노조·청년층을 갈라친 게 대표적이다.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방적 양보를 했다가 친일 갈등만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과 야당의 협치는 실종됐고, 정쟁거리 산적한 4월 국회 전망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

국민통합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화두이자 책무다. 강경·보수 지지층 결집을 통해 지지율 하락을 모면하려는 행동은 중도층을 등 돌리게 하고, 대통령과 국정을 더 고립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대선 때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약속대로,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통합 정신을 되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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