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훈처의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정당한가

정부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아닌 국가보훈처가 주도하고 역대 어느 대통령 때보다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하는 등 전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독립운동가 출신 초대 대통령’의 상징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 헌법 정신과 이승만의 역사적 공과 논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진 여부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이승만 기념관 논란은 지난달 26일 이승만 출생 148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불거졌다. 당시 박민식 보훈처장은 “진영을 떠나 이제는 후손들이 솔직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업적을 재조명할 때”라고 말했다. 이튿날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예우·지원 법률을 근거로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언급하며 “국가 생존의 확고한 기틀을 만들어 낸 이 업적 하나만으로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공은 과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약속이나 한 듯 여권의 이승만 재평가 발언이 이어졌다.

보훈처는 기념관 건립 예산으로 460억원을 책정했다고 한다. 박정희(200억원)·김영삼(59억원)·노무현(115억원) 등 역대 어느 대통령 때보다 많은 금액이다. 전직 대통령이 아닌 국가유공자로 접근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 다른 대통령처럼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그가 4연임 장기집권을 위해 부정선거를 획책했다가 시민적 저항에 부딪혀 불명예 퇴진한 것과 관련 있는 듯하다. 헌법의 ‘4·19민주이념 계승’을 생각한다면 그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기란 쉽지 않다. 이승만이 주로 미국에 체류하며 외교라는 나름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에 기여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임시정부 구미위원부 위원장이었던 그가 자칭 임시정부 대통령 행세를 하다가 상해임시정부 의정원으로부터 탄핵당하는 등 독립운동 공과 또한 논쟁의 대상이다.

최근 여권에서 4·3 관련 망언이 쏟아진 것은 이승만 재평가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명박 정권 때 8·15를 광복절에서 건국절로 바꾸려다가 반발에 부딪혀 접었던 전례를 상기해야 한다. 민생이 어려운 때, 정권이 이념적 목적으로 헌법 정신 위배를 무릅쓰고 거액의 세금을 쓰는 것을 좋게 볼 시민들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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