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용 우주선’이 된 누리호, 우주 강국 길 열었다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3차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산업화’ 단계로 도약했다. 25일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날아오른 누리호는 783초 만에 고도 550㎞ 목표 궤도에 도달해 국산 실용급 위성 8기를 우주공간에 안착시키는 어려운 임무에 도전했다. 전날 제어프로그램 이상으로 예정시간을 2시간쯤 앞두고 발사가 중단됐지만 이날은 순조롭게 로켓이 불을 뿜었다. 한국은 지난해 2차 발사 성공으로 11번째 ‘스페이스 클럽’ 국가로서 ‘우주 주권’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3차 성공으로 ‘우주 강국’의 길을 열었다.

이번 발사는 민간 우주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추세에 발맞춰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제작에 참여토록 한 게 특징이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수송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우주 생태계 조성에 나선 것이다. 성능 검증차 무거운 금속 덩어리(위성 모사체)를 실었던 2차와 달리 이번엔 실용급 ‘진짜 위성’을 수송했다. 카이스트(KAIST)가 독자개발한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비롯해 이 위성이 뿌린 큐브 위성 7기도 모두 우리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이 만들었다. 1992년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 이후 이뤄낸 발전이다.

무엇보다 자체 기술로 만든 ‘우주 화물선’ 누리호는 러시아의 기술협력을 받아야 했던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 후 불과 10년 만에 거둔 비약적 성과다. 앞으로 2027년까지 3차례 추가 발사를 통해 세계 발사체 시장에 누리호의 운송 능력을 알릴 예정이다. 총알의 8배 속도인 초속 7㎞로 솟구쳐 오른 동체가 200도의 기온차와 압력 변화라는 극악한 환경을 안정적으로 견뎌내는 기술이 검증돼야 위성이나 화물을 실으려는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상용 우주선이 되기 위해선 발사비용을 줄여 경제성도 확보해야 한다. 엔진 재활용 기술을 비롯해 우주산업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21세기 우주 개발과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 한국은 지난해 탐사선 다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달 궤도에 안착시켰고, 이제 위성발사체 능력도 검증했다.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이뤄낸 성과다. 우주는 군사안보는 물론 채굴과 관광에 이르기까지 미래 경제의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분한 예산 투입과 민관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으로 기술혁신을 계속 이뤄나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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