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위성 발사’ 긴장 속, 심상치 않은 북·일 접근

2016년 2월 북한의 위성 발사가 예고된 당시 로켓 단 분리 낙하 예상 지점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지도. 국토교통부 사진 크게보기

2016년 2월 북한의 위성 발사가 예고된 당시 로켓 단 분리 낙하 예상 지점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지도. 국토교통부

북한이 29일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국제사회에 통보했다. 북한은 5월31일과 6월11일 사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 인공위성을 남쪽으로 발사할 계획임을 일본 정부와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알렸다. 잔해물 낙하가 예상되는 지역은 서해 2곳, 필리핀 동쪽 해상 1곳 등 총 3곳이라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하고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북한 매체가 지난 17일 보도한 그 위성의 발사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과거 위성 발사가 미사일 개발 차원이었다면 이번에는 실제 위성 발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위성 발사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고,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키는 것인 만큼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국이 최근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가운데 자신도 역시 위성 발사 권리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부각하려 할 수도 있다. 모든 나라가 평화적인 우주 이용 권리를 갖고 있고,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깨고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당한 국가이다. 북한이 실제 위성을 실은 발사체를 쏘아 올린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된다. 그런 점에서 위성 발사의 후폭풍은 오롯이 북한이 감당해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위성 발사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 한국 등 주변국들로서는 발사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과잉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일본에 통보한 점도 심상치 않다. 한국 정부는 통보를 직접 받지 못한 듯하다. 이는 남북 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일본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7일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북한은 29일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관심을 표명했다. 북한의 담화 직후 기시다 총리는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전해 나가고자 한다고 대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일본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과 핫라인을 가동하는 등 독자적 외교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북·일 대화가 이뤄진다면 일본이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 일본과의 외교에 치중하면서 북한·중국에는 강경책으로 일관해온 것과 대비된다. 남북 대화가 2018년 11월 이후 역대 최장기 단절 상태이지만 현 정부는 대화 복원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러다가 자칫 한반도 외교에서 소외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북한, 중국과 소통하며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북한의 위성 발사를 규탄하는 한편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진정한 안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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