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년의 논쟁’ 사드, 졸속 환경평가로 일사천리 갈 건가

환경부와 국방부가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종료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와 관련해 “측정 최댓값이 인체보호 기준의 0.2% 수준으로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2017년 4월26일 발사대 2기가 기습 배치된 뒤 6년 넘게 임시배치 상태로 운영돼 온 이 기지의 환경영향평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기지 정상화’의 마지막 행정절차다. 여당은 이 발표 직후 사드 반대론이 ‘괴담’으로 판명 났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제공한 짧은 보도자료만으론 검증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밝힌 전자파 결론은 2017년 9월 완료된 8만㎡ 기지 면적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김천 노곡리·월명리, 김천혁신도시에서 특정 시점에 측정한 전력밀도(W/㎡)가 이번 수치와 비슷하다. 이번 평가엔 그 이후 측정치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사도 상시측정소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시점에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한계가 있다. 레이더의 일반적인 탐색·감시 모드에서 측정됐는지, 강력한 전자파를 내는 추적·교정 모드에서 측정됐는지 알 수 없다. 2017년에도 그 내용은 ‘군사기밀’이라며 제시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안전성을 믿기 어렵다는 주민들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100여명이 사는 노곡리에서는 지난 5~6년 사이 10여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지만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의 반발이 전자파 때문만은 아니다. 유류 유출로 인한 토양·상수원 오염, 미군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등 많은 우려가 있다. 2022년 11월~2023년 1월 실시한 조사로는 사계절에 걸친 영향을 알기 어렵다. 아울러 정부는 협의에 참여한 ‘주민대표’도 공개하지 않았다. ‘졸속’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드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좁은 땅에서 약 150㎞ 고도의 적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구상이 비효율적이란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이 무기가 한·미 동맹을 강화해 안보에 이롭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백번 양보해 다수 시민이 사드 덕에 안전해졌다고 느낀다 하더라도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연로하고 힘없는 농민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납득할 투명한 절차·설명도 없이, 그냥 밀어붙여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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