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언제까지 ‘힘에 의한 평화’만 외칠 건가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에 정박한 미군 전략핵잠수함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연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군 전략자산에 탑승해 대북 메시지를 낸 것이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이 잠수함은 전날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 첫 회의에 맞춰 한반도에 들어왔다.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새벽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에 발사했다. 550㎞ 사거리로 미뤄 핵잠수함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약 42년 만에 전략핵잠수함을 한국에 보낸 것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자, 한국 내 핵무장론을 잠재우려는 양면적 의도가 담겨 있다. 지난 5월 한·미 워싱턴 선언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핵잠수함 방문은 좀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미 해군 최대 규모의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호는 전략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더불어 미군의 3대 핵 투발수단의 하나다. 실제로 핵무기를 싣고 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핵무기를 탑재했고, 윤 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한국도 1991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 이용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도발적 군사행동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북·미 대화에 선을 긋는 담화를 낸 것을 보면 한동안 북한의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주한미군 병사의 월북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이 일이 어떻게 귀결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과정에서 제한적인 북·미 접촉이 있으리라는 점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을 관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대결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이 그것만 전제로 정책을 짜기 어려운 이유이다.

국가 지도자로서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대결에만 모든 것을 걸지는 말아야 한다. 대비 태세를 철저히 하면서도 외교의 아이디어를 숙의하고 그 실행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들을 진정으로 안심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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