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정부 통계조작’ 감사결과, ‘부풀리기’ 아니라 할 자신 있나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과 가계소득·고용 등 주요 국가통계에 조작이 있었다고 보고, 전직 관료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수현·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전 정부 핵심 경제책임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감사원은 주택 통계의 작성·공표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통계 자료를 사전 제공토록 하고, 낮게 나오게 하거나 대책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계소득 분야에서도 조작이 있었다고 했다. 통계조작을 통해 국정운영 성과를 ‘분식’한 것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중대범죄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이뤄진 여타 감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번 발표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중간 감사 결과’로, 최종 의결 과정에서 얼마든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감사위를 우회해 현 정부에 유리한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착수해 감사기간을 3차례나 연장해 1년 만에 내놓은 결과임에도, 조작 범죄로 특정할 정도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눈에 띄지 않는다. 감사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압박과 영향력, 윗선 지시로 통계 수치가 변동된 것이 최소 94회이고 대통령실 내지 부처 고위 인사가 직접 조작을 지시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통상적인 통계 분석이나 기관 간 협의로 볼 만한 사안까지 조작·왜곡으로 엮은 흔적도 엿보인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이날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정당한 노력을 통계조작으로 둔갑시켰다”고 했는데, 감사원은 이런 의혹을 불식할 자신이 있는가.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을 집중 감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무리수를 범하면서 ‘정치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감사’ 의혹으로 최근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이번 감사에서도 ‘강압조사’라는 뒷말이 나온다. 통계행정상의 절차적인 문제를 조작으로 몰기 위해 강압조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사원은 불식시킬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통계조작의 진상은 가려지지 않은 채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한 불신만 커지게 될 것이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요청을 밝혔다. 연합뉴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요청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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