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어긴 이재명 대표, 유감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으로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의 빈 자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으로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의 빈 자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에 대해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21일 표결에 부쳐질 체포동의안에 부결을 요청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 대표가 석 달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뒤집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장기 단식 중인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검찰이 국회 비회기 중 영장 청구가 가능했음에도 굳이 정기국회에 영장을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표결로 민주당의 분열을 노린 ‘검찰 정치’ 행태로 본 것이다. 검찰이 그제 19일째 단식 중인 제1야당 대표가 병원에 이송된 직후 영장을 친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소지가 다분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중에 즉각 재가한 건 야당 반발과 국론 분열이 커지는 불씨가 됐다.

체포동의안은 현재 297명인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지난 2월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에 대한 1차 체포동의안 표결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로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그 후 민주당 혁신위원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당론을 권고했고, 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 시’라는 전제를 붙여 조건부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 대표가 이날 ‘부당한 영장 청구’로 규정했지만, 지난 6월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데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며 특권 포기를 선언할 때의 취지는 빛이 바랬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전면 쇄신을 요구한 이 대표 단식에 의원·당원들의 동정론과 부결 의견이 늘어나는 분위기였지만, 무기명 표결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가결 시 극심한 내홍이 예상되고, 부결 시 ‘방탄 정당’ 굴레를 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공개적인 ‘부결 요구’는 당을 한발 더 벼랑으로 밀어버렸다.

야당 지도자의 힘은 언행의 진정성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때 생긴다. 이 대표는 당당하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당과 국회와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부결 당부로 단식의 대의가 일정 부분 훼손되고, ‘사법리스크 회피용’이라는 여권 비판은 커지게 됐다. 검찰 체포동의안이 정당한지, 당의 분열·방탄 여파를 심사숙고할 것은 이제 의원들 몫이 됐다. 그렇게 결정된 민주당의 자유투표는 명실상부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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