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이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의 경쟁을 책임있게 관리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군사대화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발리 회담 후 1년 만에 처음 만나 신냉전으로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기후위기·인공지능(AI)·마약 문제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 세계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두 나라 정상이 그간의 긴장과 갈등을 넘어 양국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한다.
정상회담은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한 고택에서 오찬을 겸해 4시간 동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결과 발표를 공동성명이나 공동기자회견 형식이 아니라 각자 내놓은 것에서 보듯 양국 간 신뢰는 10여년 전과 비교할 때 현저히 퇴보한 게 사실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안보 문제, 첨단기술 공급망과 무역 제재 같은 경제안보 문제,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놓고 구조적으로 갈등할 소지를 보였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지구적 신냉전 구도가 심화돼오면서 미·중관계의 안정화가 절실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양국 간 군사대화 채널이 단절됐고,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에서 양국 군의 우발적 충돌이 우려됐다. 양국은 국방장관·합참의장·지역사령관·함장 등 각급의 소통을 복원하기로 했다. 이것은 양국 신뢰의 가장 기본이라는 점에서 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평가한다. 기후위기·AI·마약 문제처럼 시급한 과제에 협력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미·중관계는 구조적으로 긴장과 갈등 가능성을 내포한 불안한 관계이지만, 두 정상이 안정화에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한반도에서 신냉전 구도를 약화시키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우선 한·중관계 복원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3자 협력에 깊이 발을 담금으로써 미국 쪽으로 현저하게 기운 기조를 재조정하고, 한·중 협력 의제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미·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야 한다는 미국과 제재와 군사 대응만으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중국의 강조점이 달랐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대화와 외교로 풀어가려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함으로써 향후 국면을 주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