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사퇴했다. 지난 8월25일 임명된 후 98일 만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자신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사의를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했다. 이로써 국회 탄핵안 처리는 무산됐다. 이 위원장은 탄핵안을 발의한 야당을 비난하면서 탄핵안 가결 시 수개월간 위원장 직무정지로 방통위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를 우려해 물러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그간 거침없이 언론 통제 조치에 앞장서 방통위 독립성을 무너뜨린 언행에 대한 반성도, 책임도 망각한 처사다. 100일도 못 채우고 탄핵 논의를 자초한 그의 사퇴는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이다.
이 위원장은 지명 전부터 부적격 인사로 지목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수석 등을 지내며 언론 통제를 주도한 전력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임명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 기조에 맞춰 ‘가짜뉴스 척결’을 내걸고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 옥죄기에 나섰다. ‘공산당 언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운운하며 몰아붙였다. KBS 사장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고 YTN 민영화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던 중이었다. 그 결과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은 땅에 떨어졌다. 윤 대통령은 그를 임명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사퇴 후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의 탄핵 시도에 대해 “헌정 질서 유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탄핵을 당하면 방통위가 식물 상태가 된다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으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마치 국가를 위한 결단이나 희생인 양 사퇴를 자평한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원장 본분을 저버린 행태에 대한 혹독한 평가를 회피한 채 도망치듯 그만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언론 정상화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는 말로 사퇴의 변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자신이 언론 자유 투사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가.
이 위원장 사퇴는 정부가 이동관 체제와 같은 언론 통제 기조를 신속히 이어가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탄핵안이 가결됐다면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6개월 가까이 걸려 내년 4월 총선 이후까지 방통위 운영이 중단되지만, 후임 위원장 인선을 서두르면 연내 임명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그만두더라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온다”고 말한 점도 정부의 방송 장악이 지속될 우려를 키운다. 개점휴업될 방통위는 5인 방통위원 체제로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동관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제2의 이동관’을 기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민주적 악폐는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