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년 규모 넘어선 임금체불, 처벌 강화 법 개정 서둘러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을 앞두고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을 앞두고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가 상습 임금체불 의심기업을 기획감독한 결과 91억원 규모의 체불임금을 적발하고, 69개사를 사법처리했다고 3일 밝혔다. 임금을 되찾게 된 노동자들에겐 다행이지만 이벤트성 감독만으로 임금체불이 사라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 “민생경제 안정을 심각히 위협하는 중대범죄”(9월25일 정부 대국민담화문)인 임금체불을 뿌리 뽑으려면 사업주에게 관대한 법과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 정공법이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올해 1~10월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는 22만명, 규모는 1조45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체불액 규모(1조3472억원)를 넘어섰다. 체불액의 80%는 상습적으로 임금을 떼먹는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체불 사업주들은 정부 돈까지 떼먹는다. 2021년 시행된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체불을 당한 노동자에게 임금을 대신 지급하고 사업주를 상대로 변제금을 회수하는데 지난해 기준 미회수 비율이 70%, 금액으로 3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체불 사업주에게 융자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기금 부실화의 우려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법은 임금체불을 형사 범죄행위로 다루고 있다. 노사 법치의 원칙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근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해 정부 보조사업 참여·공공입찰 등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악습에 대한 해법치고는 너무 무르다.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법개정이 우선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조항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고작이다. 노동자가 합의만 해주면 체불 사업주가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반의사 불벌’ 조항도 남아 있다. 사업주들은 체불임금 일부만 주고 노동자에게 합의를 종용해 형사처벌을 피하는 부조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업주를 상대로 임금채권 변제금을 강제회수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회수율이 더 낮아졌다가는 기금이 마르고 제도가 약화될 수 있다.

정치권은 국회에 계류 중인 임금체불 사업주 처벌 강화 법안들을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 임금체불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임금체불은 ‘임금절도’와 마찬가지다. 사업주들이 임금을 떼먹고도 버젓이 기업활동을 하도록 용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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