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생구팽·탄핵의강·찐윤무사’ 한숨 터지는 한동훈표 공천

국민의힘의 총선 공천이 막바지로 가면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가 속출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에서 현역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확정했고, ‘찐윤’(진짜 친윤) 의원들도 속속 생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최종 부결된 후 ‘김건희 방탄’을 위해 미뤄둔 난제를 풀고, 그 공천 잡음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공천은 김 여사 특검법 재의결 이전과 이후가 판이하다. 재의결 전에는 컷오프된 지역구 의원이 한 명도 없는 ‘현역 불패’였다. 서울 강남권과 대구·경북 등 강세지역을 중심으로 62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 심사를 보류해놓은 사이, 윤재옥·이철규 등 친윤 핵심 인사들과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등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경선 없이 양지바른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서병수·조해진 의원 등 친윤 색채가 옅은 영남 중진들은 당 요구로 지역구를 옮기는 ‘돌려막기 공천’ 대상이 됐다. 현역 의원 중 낙오자가 없는 ‘늙은 공천’ ‘꼰대 공천’으로 청년·여성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친명(이재명) 횡재, 비명 횡사’라고 조롱하지만, ‘주류 횡재, 신인 횡사’라는 점에서 오십보백보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최종 부결 이후 지난 5일까지 현역 8명을 컷오프했다. 현역 의원 표 단속에 성공하자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한 식이다. 그러다 보니 여당 공천에 ‘선이후난’(앞이 쉽고 뒤가 어렵다) 총평이 붙고, 토사구팽(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에 빗대 ‘건생구팽’이란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한 유영하·도태우 변호사는 대구 달서갑과 중·남구에 공천됐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박근혜 대리인’ 유 변호사 단수공천에 ‘정무적 판단’도 있었다고 했다. 국정농단 탄핵이 부당하다고 항변한 이들을 공천한 건 역사적 퇴행이다. 국민통합은 안중에도 없고, 다시 탄핵의 강에 빠져든 격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멋져 보이는 공천”을 약속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정은 다소 시끄럽더라도 변화·쇄신을 기대할 수 있는 공천이었어야 한다. 반성과 성찰 없는 무감동·무개혁 공천으로 마무리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런 지적을 ‘억까’(억지로 비판한다)라고 했다. ‘내로남불’하는 자세로 어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충남 천안 중앙시장을 방문해 호떡을 먹고 있다. 공동취재기자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충남 천안 중앙시장을 방문해 호떡을 먹고 있다. 공동취재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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