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기축통화 되려면

정상은 | 한남대 교수·중국통상학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금번 사태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다른 것은 미국경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현 달러 체제의 붕괴까지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달러는 2008년 이후 미국의 두 차례 양적완화 실시로 가치가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고,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지금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안한 달러를 대체할 보다 더 안정적이고 유동화하기 쉬운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한 갈증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론]위안화, 기축통화 되려면

향후 달러를 대체할 만한 기축통화에는 뭐가 있을까? 유로화, 엔화, 그리고 위안화 정도가 그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유로화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재정위기 존폐위기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자격미달이다. 엔화는 달러화 불안의 여파로 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재정파탄과 리더십 실종으로 대표되는 일본정부를 생각하면 역시 탈락이다. 반면, 위안화는 중국경제의 규모와 역동성,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국제화 추진으로 이미 달러, 유로에 이은 제3의 국제 결제 통화로 부상했음을 고려하면 안정성과 유동성도 괜찮다. 중국정부도 최근의 달러 위기를 위안화 위상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과연 위안화는 조만간 달러를 대신하여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 겉으로 보이는 위세와 달리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는 요원해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스스로가 원하지 않고 있다. 우선, 지금의 달러 체제는 중국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 저평가를 통한 수출확대로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에 풀지 않고 미 국채를 사들여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중국의 미 국채 매집으로 미국은 저금리와 소비호조가 지속되어 다시 중국의 대미 수출이 확대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체제안정을 달성하고 미국은 달러화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인 것이다.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달러화 약세로 달러표시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큰 손실을 보면서도 중국은 현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 스스로 글로벌 불균형 조정(리밸런싱)에 나서야 한다. 중국이 위안화 저평가를 통한 무역흑자 정책을 지속한다면, 지금처럼 미 국채를 사들이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리밸런싱은 상당한 고통과 혼란을 동반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취약한 중국은 고통과 혼란을 감내할 역량이 없으며 상황도 좋지 않다. 7월에만 6.5% 급등한 물가를 잡아야 하고, 수출 드라이브정책은 불만 가득한 지방경제의 유일한 젖줄이다. 또한 내년 가을 지도부의 세대교체라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경제안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위안화의 기축통화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향후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그 시점은 중국이 변화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정치적·제도적으로 지금보다 더욱 개선되고 성숙해 있을 때가 될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지금보다는 신뢰받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08년처럼 이번 위기에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세계경제의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발상은 오랜 기간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