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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대법관 증원의 대안, ‘대법원 판사’를 두자
    대법관 증원의 대안, ‘대법원 판사’를 두자

    대법원이 발간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심 사건은 민사 1만2152건, 형사 2만1102건으로 합계 3만3254건이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1인, 대법관 13인으로 구성되는데(법원조직법 제4조 제2항), 대법원장과 대법관 1인(법원행정처장)은 재판을 맡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법관 한 사람이 1년 동안 처리해야 할 사건 수는 평균 2771건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인간의 역량을 초월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결과는 언제 선고될지 예상도 어려운 재판의 지연, 결론에 이르게 된 연유를 전혀 알 수 없는 무성의한 판결문,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재판연구관에 의한 재판이다.이러한 상황에서 2025년 6월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는 대법관의 수를 30인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4년간 매년 4인씩을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1994년 이래 현재까지의 대법관 증원 논의에서 대법원은 일관되게 반...

    17시간 전

  • [시론]자살 대책은 사회적 정의다
    자살 대책은 사회적 정의다

    영국의 자살률은 2023년 기준 10만명당 11.2명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주 영국 맨체스터대 정신과 루이스 애플비 교수를 만났다. 영국의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총괄하는 애플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자살 예방은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것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과 취약성, 공동체의 책임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서적으로 취약하거나 교육과 가족, 사회적 지지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사회 전체의 몫이며 자살 예방은 곧 ‘사회 정의’의 문제입니다.”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양가감정에 시달린다. 한쪽은 경제적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 때문에 괴로워 고통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다른 쪽에선 그의 자원, 연결된 사람들, 그리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하나의 댐이 되어 억제한다. 댐을 넘어설 정도로 고통이 차오르면 위험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대가족 시대에 든든한 댐이 돼주었던 가족의 힘이 핵가족화와 ...

    2025.06.30 21:13

  • [시론]스웨덴 국제입양 흑역사, 그 몸통은 한국
    스웨덴 국제입양 흑역사, 그 몸통은 한국

    스웨덴 정부 입양위원회 안나 싱어 위원장(웁살라대 국제사법 교수)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1600쪽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1970~2000년대 국제입양(해외입양) 산업에서 아동매매와 서류조작 등 위법성을 발견했고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결론 냈다.스웨덴 국내입양은 당국의 엄격하고 철저한 관리로 유명하다. 반면 국제입양은 사적 기관의 비즈니스로 허용됐다. 위원회는 입양기관 아동복지 담당 부처가 오랫동안 위법성을 눈감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스웨덴으로 국제입양된 사람들이 제출한 청원서와 스웨덴으로 아동을 송출한 국가들을 4년 동안 조사한 뒤 이 보고서를 냈다.싱어 위원장은 회견에서 국가와 사적 입양기관 모두 인권을 침해당한 입양인들과 그 가족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전담할 국가기관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웨덴 정부가 앞으로도 아동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면서 ...

    2025.06.24 20:54

  • [시론]대선 후보들, 공영방송 중립화 의지 있나
    대선 후보들, 공영방송 중립화 의지 있나

    공영방송 운영원리의 근간은 중립성이다.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공정성, 불편부당성, 객관성, 다원성, 개방성 등은 ‘특정 입장이나 편에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태도’를 유지할 때, 즉 중립적 입장일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제도적으로 포획된 정치후견주의의 본질은 당파성이다.극명한 모순이 발현된 결과는 치명적이다. 정권교체 때마다 표변하는 논조는 기회주의적 국영방송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편향성으로 인해 공영방송의 국민공동체성은 크게 훼손됐고, 내부 구성원들은 내전 같은 갈등을 겪었다.이러한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독립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독립기구의 존립 근거 역시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이기 때문이다. 경쟁하는 정치사회 세력들이 실존하는 민주국가에서 국가기간방송이 특정 세력에 편향돼 있을 수는 없다. 중립적이어야 할 기구를 특정 세력이 장악하면 누구도 그 독립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독립은커녕 정치 세력들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

    2025.05.12 20:21

  • [시론]누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모함하나
    누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모함하나

    필자는 올해로 20년째 판사로 근무 중이다. 현존 판사 모임 중 가장 유명한 두 개인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법)에 모두 가입돼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인권법이 우리법연구회(우리법)의 후신으로 지목되어 탄핵 절차에 대한 공격에 동원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① 인권법 회원이 ‘재판이 곧 정치’라고 하거나 야당에 유리한 판결을 한 사례에 비추어 인권법 회원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 ② 이로써 다수 국민이 인권법을 정치결사체로 생각하게 됐으니 인권법은 사법 불신의 원인이다. ③ 공수처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탄핵소추단에 우리법·인권법 출신이 포함됐으므로 탄핵심판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그렇다면 인권법은 염불(국제인권법 연구)보다 잿밥(정치)에 맘을 둔 정치집단인가? 판사의 명예를 걸고 단언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2006년에 가입한 이래 자부심을 간직해온 민판연과 비교해서 말한다. 민판연은 폐쇄성과 엘리트적 성격 탓에 ‘사법부 하나회’로 의심받거...

    2025.03.11 21:23

  • [시론]고희진 감독과 마리오 드라기의 고민
    고희진 감독과 마리오 드라기의 고민

    증시 부진·성장 침체 처한 한국 ‘경기력’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규모의 한계 극복 위한 ‘경쟁력’“당장 실행하라”는 고언 새겨야여자프로배구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은 3라운드를 8전승으로 마친 후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기록보다 경기력이 중요하다. 경기력이 좋으면 기록은 따라오기 때문이다.” 긴 시즌을 보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한 경기의 승패보다 그 저변에서 선수들의 움직임과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경기력’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56조원, 30조원 규모의 연이은 세수 부족, 한국 주식시장의 부진,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성장률이 단순히 경기의 부침, 삼성 등 대표 기업의 영업실적, 금리 수준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 경제라는 팀이 한 경기에서 패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조금씩 경기력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이 필요하다.2004년경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할 당시,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한 연구소에서 강연한...

    2025.02.09 20:50

  • [시론]일본 ‘3대 오물’과 한국 내란범들
    일본 ‘3대 오물’과 한국 내란범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와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을 앞당긴 일본군 장성 세 명을 묶어서 ‘3대 오물(三大汚物)’이라고 한다. 중일전쟁을 일으킨 원흉이며, 수만명의 병사를 굶어 죽게 만든 임팔 전투의 지휘관인 무타구치 렌야, 임팔 전투 기획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무타구치와 같은 라인이라고 넙죽 승인해 주었으며 무모한 태평양 전쟁을 부추긴 스기야마 하지메, 필리핀 전장에서 무모한 가미카제 작전을 시도하다가 폭삭 망하고 나서 항공군 총사령관이면서도 도주한 ‘탈영의 신’ 도미나가 교지가 바로 그들이다. 태평양 전쟁을 미화하는 일본의 우익조차 오래전에 버린 이 세 명에 대해 “한국 독립군의 스파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무능하고 비겁한 이들은 모두 규슈 출신이며 일본 육군대학 선후배 사이여서 전쟁 말기까지 출세 가도를 달렸다. 이들의 뒤를 이어 만주사변의 주범인 이시와라 간지와 자칭 ‘작전의 신’ 쓰지 마사노부는 육군대학 6등 이내 졸업자인 군도조(軍刀組) 출신들이다. 전시내각의...

    2024.12.25 20:53

  • [시론]연금 정부안은 복지위서, 구조개혁안은 특위서
    연금 정부안은 복지위서, 구조개혁안은 특위서

    정부 연금개혁안이 발표된 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 인상과 기금투자수익률 제고, 자동조정 장치 도입 등을 통하여 재정안정성을 강화하고, 소득대체율 인상과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 강화 등을 통하여 소득보장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험료율의 연령별 차등 인상과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등을 통하여 세대 간 형평성과 연금수급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 의지를 보여주고,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의 제도 개편을 통한 다층 노후소득보장의 정립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상충되는 연금개혁 목표에 대한 균형점을 모색하는 정부 연금개혁안은 상치된 주장을 하는 이해관계 집단과 전문가로부터 협공을 받는 국면에 있다. 소득 보장성에 대한 우려, 재정 안정성에 대한 걱정, 구조개혁 촉구 등 연금개혁 논의를 할 때면 항시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반복 재생되고 있다. 정부 연금개혁안은 교착상태에 빠진 연금개혁 논의의 물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부도 제시한 연금개...

    2024.09.23 20:43

  • [시론]윤석열 정권의 연이은 역사 퇴행
    윤석열 정권의 연이은 역사 퇴행

    참담하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3년이 되지 않는 동안 벌어진 일련의 역사 퇴행이! 최근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의 현장이던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 과정에서 강제동원 역사를 은폐하려는 일본정부에 한국정부는 적극 협력했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내각이 자국 역사를 세탁하는 데 발견한 완벽한 공범”이라는 내용의 글이 실렸겠는가. 사도광산 문제는 윤석열 정권의 망국적 대일외교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긴 대한제국이 5년 뒤 나라의 주권마저 빼앗긴 비극의 역사가 연상되기도 한다.일본 극우세력이 일제의 식민지배나 침략전쟁과 관련된 각종 범죄를 부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 내세우는 역사수정주의는 더 이상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는 역사부정세력이 발호한 지 20년 가까이 지났다. 이들은 ‘뉴라이트’라 자처했다....

    2024.08.15 20:36

  • [시론]막걸리에 색소·향료 넣지 마라
    막걸리에 색소·향료 넣지 마라

    기획재정부가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개정안 중에 설마하고 우려했던 법안이 들어 있어 충격적이다. 막걸리에 색소와 향료를 넣겠다는 것이다. 법은 왜 있는가? 모든 것을 허락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면 법은 필요 없다. 막걸리에 무언가를 마구 집어넣는다는 것은, 막걸리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네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는 색소와 향료가 들어간 막걸리를 드시지 않았다. 농사지은 밀로는 누룩을 만들고, 쌀로는 고두밥을 지어 물을 섞어 막걸리를 빚어 나눠 드셨다. 동네에 있었던, 집안에 전해졌던 막걸리가 상품화되면서, 막걸리 회사도 생겨났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그 전통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그 전통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소규모 주류 제조의 붐을 타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2021년에 국가유산으로 지정한 막걸리 빚기에 색소와 향료를 넣어 혼란에 빠뜨리는가?답답한 마음에 양조인들이 내게 물어온다. 앞으로 오미자 막걸리를 어떻...

    2024.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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