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인권사각지대 없애야

김동석 직업상담사

2018년부터 감정노동자를 소비자의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있다. 어느 정도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도처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법의 현실과 의식 부족이 그들을 좌절과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다.

한 전자제품 서비스센터에서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남성에 대해 경찰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이전에도 해당 지점에 여러 차례 찾아와 특별한 이유 없이 직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이 곳곳에서 유린당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잠시 멈출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버텨가는 생계형 노동자들이다. 너나없이 힘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유독 눈에 밟히는 그런 사람들이다.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 설문조사 결과 전체 국민 평균(16%)의 2배에 가까운 30%가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우울증 위험군에 속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이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 시대 수많은 감정노동자들은 이 시간에도 고객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짓누르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권익 보호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마련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이들의 건강 장해나 인권 침해에 대한 세부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근로조건과 작업장 환경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사전 예방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도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 지인 중 일부는 감정노동자임을 자각하고 그들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이제 개인 차원을 넘었다.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감정노동자·소비자·기업 등 각자가 서로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비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Today`s HOT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해리슨 튤립 축제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불타는 해리포터 성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