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레밍 신드롬

김민아 논설위원

2017년 7월 충청북도에 물난리가 났다. 22년 만에 겪는 최악의 수해였다. 충북도의원 4명은 이 와중에 외유성 유럽 연수를 강행했다. 일행 중 한 명인 김학철 도의원은 비판하는 국민을 두고 “무슨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사는, 집단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나그네쥐’로 불리는 레밍(lemming)은 개체 수가 늘어나면 집단으로 이동하는 습성을 지녔다. 선두를 따라 직선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절벽을 만나면 그대로 뛰어내려 줄줄이 바다나 호수에 빠져 죽기도 한다. 뚜렷한 주관 없이 맹목적으로 타인의 선택을 따라가는 집단적 편승 효과를 ‘레밍 신드롬’ ‘레밍 효과’라고 부르는 이유다. 김 의원은 국민이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비판 여론에 편승한다고 폄훼한 것이다. 온 나라의 공분을 산 그는 소속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됐다. 2018년 지방선거에도 출마하지 못했다.

“한국인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지 그를 따른다. 민주주의는 한국인에게 적합한 제도가 아니다.” 1980년 8월 전두환 신군부의 독재가 시작될 무렵, 존 위컴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한 말이다. ‘들쥐’를 언급한 까닭에 위컴은 국내에서 ‘레밍’ 발언의 원조로 알려졌다. 그런데 원문을 찾아보면 ‘field mice’라고 나온다. 문자 그대로 들쥐다. 물론 한국민을 깎아내렸다는 의미에선 레밍이나 들쥐나 다를 바 없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7일 페이스북에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는 글을 올렸다.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한 뒤 그를 따르는 ‘친황 그룹’이 형성되자 이를 ‘레밍 신드롬’에 비유한 것이다. 황 전 총리를 무조건 추종하다가 집단 자멸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으로 해석됐다. 그는 글이 입방아에 오르자 ‘황교안 레밍 신드롬’이란 대목을 ‘황교안 전 총리 입당’으로 수정했다.

홍 전 대표는 김학철 전 도의원이 레밍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 징계를 지시한 당 대표였다. 발언 당사자는 당에서 쫓아냈으되, 레밍이란 말은 뇌리에 새겨두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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