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현이의 연극’ 저자이자 ‘백남준 소꿉친구’··· 수필가 이경희 별세

이혜인 기자
수필가 이경희씨. 경향신문 DB

수필가 이경희씨. 경향신문 DB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유치원 친구’로 잘 알려져있고,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현이의 연극’의 저자인 수필가 이경희씨가 24일 낮 12시 별세했다. 향년 91세.

이씨는 1932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숙명여고,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53년에 서울중앙방송국(현 KBS) 라디오 퀴즈 프로그램 ‘스무고개’와 ‘재치문답’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퀴즈의 답을 잘 맞춰 ‘이경희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씨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불혹을 앞둔 1970년에 첫 수필집 ‘산귀래’를 펴냈다. 그가 1973년에 발표한 수필 ‘현이의 연극’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다. 학예회 연극의 작은 배역에 충실한 딸의 모습을 보며 반성하는 엄마 이야기가 담담하게 쓰였다. 이 수필은 피천득, 김현 등 기라성같은 수필가와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는 ‘월간 춤’에 꾸준히 기행 수필을 연재했으며, 2020년 ‘백남준의 드로잉 편지’까지 10여권의 책을 썼다.


이경희는 대중에게 백남준의 ‘유치원 친구’로 잘 알려져있다. 백남준과는 서울 창신동에서 이웃에 살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1년을 같이 다녔다. 어린 시절 형성된 두 사람의 우정은 각별했다. 1984년, 35년 만에 고국을 찾은 백남준이 서울에서 하고 싶은 세 가지 일 중 하나로 ‘소꿉친구 이경희를 만나는 것’을 꼽을 정도였다. 1984년 연이 다시 닿으며, 이경희는 백남준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들을 해왔다. ‘백남준 이야기’(2000), ‘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2011) 등 책을 썼고, 백남준이 타계한 뒤에는 ‘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백기사)’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그는 척박한 한국 꼭두극의 발전을 이끌어냈다. 생명이 없는 인형을 움직여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좋아 79년 꼭두극 국제기구인 유니마에 한국을 가입시키고 한국본부가 설립되자 회장직을 맡았다. 전문지 ‘계간 꼭두극’을 펴내고 꼭두극단 ‘어릿광대’를 창설해 ‘꼭두극 양주별산대’로 주목을 받았다. 88년에는 ‘서울 국제마리오네뜨 페스티벌’을 유치하기도 했다.

남편 오수인씨와 사이에 네 딸을 뒀다. 유족은 오승온(엑스포갤러리 대표)·오승신(미디어젠 수석연구원)·오승현·오승민씨와 사위 장필준씨(WIK 감사)·유정씨(삼하사 대표)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4호실이다. 발인은 27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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