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형제 박사’ 대물림…10명 박사 대가족 됐다

정유진 기자

김수곤 전북대 명예교수 가족

19년 전, ‘가난 속 우애’가 탄생시킨 4형제 박사의 이야기가 경향신문(1992년 2월23일자)에 보도됐다. 신문배달과 입주가정교사로 서로의 학비를 뒷바라지해주며 힘들게 학위를 취득한 이들 ‘박사 형제’는 그들의 자녀까지 박사로 키워내면서 가족 중 열 명이 박사인 ‘박사 대가족’이 됐다.

4형제 중 둘째인 김승곤 전북대 명예교수(73·물리학과)는 15일 “전북도청 말단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5·16 쿠데타 이후 해임되면서 어머니의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다”며 “큰형님이 입주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고등학생이던 우리들의 학비를 뒷바라지하고, 우리도 형님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신문배달을 하며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장학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악바리처럼 공부하면서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까지 벌어야 했던 이들 4형제는 네 명 모두 박사학위를 따면서 화제가 됐다. 큰형 김수곤 전북대 영문과 명예교수(76), 둘째 김승곤 교수, 셋째 김양곤 전북대 수학과 교수(62), 그리고 막내인 김창곤씨(56·의학박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김수곤 교수 가족 소식을 보도한 1992년 2월23일자 경향신문

김수곤 교수 가족 소식을 보도한 1992년 2월23일자 경향신문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대(代)의 인연은 자녀들에게 대물림됐다. 김수곤 교수의 장남인 김종일씨는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장녀인 김현숙씨와 사위 곽재용씨, 2남 김종구씨는 모두 전북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3남인 김종혁씨도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국립싱가포르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김수곤 교수는 전북대 총장을 지내면서 막내동생 창곤씨의 박사학위와 자신의 큰딸 현숙씨의 수석졸업장을 직접 수여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둘째인 김승곤 교수의 장남 역시 전북과학고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미 조지아공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큰딸은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했지만 아버지와 인연이 깊은 전북대에 다시 편입해 영문학을 공부했다.

남들이 보면 모두 부러워할 ‘박사 대가족’이지만 올해 101세가 된 4형제의 어머니 임수녀씨는 “손자·손녀들이 공부하느라 결혼 적령기를 놓칠까봐 늘 애가 탔다”며 웃었다.

김승곤 교수는 “고령이지만 아직 정정한 어머니가 구심점이 되어주셔서 핵가족 시대에도 우리 형제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가족모임을 갖고 있다”며 “끈끈한 가족의 정이 이어지면서 우리 형제대의 전통이 자녀들대로도 물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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