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소중한 기억, 사라지지 않게”…‘추억의 컬러링북’ 만드는 초등학생들

글·사진 김태희 기자

덕풍청소년문화의집 20명 뜻 모아

치매 어르신 위한 맞춤형 책 제작

지난 18일 경기 하남시 덕풍청소년문화의집에서 이도연·김도아·임서현양, 박서준군(왼쪽부터)이 만든 컬러링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컬러링북의 초안들.

지난 18일 경기 하남시 덕풍청소년문화의집에서 이도연·김도아·임서현양, 박서준군(왼쪽부터)이 만든 컬러링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컬러링북의 초안들.

“어르신들의 행복한 기억이 사라져버릴 수 있겠지만, 이 컬러링북은 사라지지 않을 추억을 담았어요.”

경기 하남시 덕풍청소년문화의집에서 활동하는 4~6학년 초등학생 20명이 최근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컬러링북’을 발간했다. 컬러링북에는 학생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이 수록됐다. ‘추억’을 대주제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소주제로 한 19편의 시와 그림이 실렸다.

모든 시는 어르신들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먹은 도시락, 젊었을 적의 사랑, 겨울마다 즐겼을 눈싸움에 관한 이야기가 소재가 됐다.

추억이라는 주제를 정한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간직돼 있을 아름답고 찬란한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지난 18일 덕풍청소년문화의집에서 만난 김도아(12)·이도연(11)·임서현(10)양과 박서준(12)군은 방과후 수업에서 치매 어르신에 관한 교육을 듣던 중 ‘컬러링북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색칠 공부가 뇌를 활성화하고 손의 감각을 자극해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그럼 우리가 한 번 색칠 공부(컬러링북)를 만들어보자’라는 말이 나와서 시작하게 된 거에요.”

아이디어부터 제작, 발간사 작성까지 학생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20명의 학생은 각자 기획팀과 디자인팀, 편집팀, 시 작성팀 등 4팀으로 역할을 분담해 초안을 짰다. 지난 3월부터 작업이 이뤄져 6월 말쯤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책’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치매 어르신들은 손을 사용하는 게 어려우셔서 섬세한 작업을 못한다고 들었어요. 너무 작게 그려진 그림이 있으면 크게 바꾸거나 그리기 쉽게 디자인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컬러링북 제작에는 하남시 내 사회적기업인 ‘문화예술공유기 디귿’이 참여했다. 디귿은 학생들이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총 150부의 컬러링북을 제작했다. 만들어진 컬러링북은 오는 26일 하남시 치매안심센터 등에 배부될 예정이다. 학생들은 올해 하반기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2학기가 시작되면 광복회와 무궁수훈자회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어르신들의 삶을 동화책으로 제작해보려고 해요. 기회가 된다면 지역에 저희가 쓴 동화책을 배포하고 낭독회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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