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 알바생, PGA 트로피 ‘달콤한 키스’

김경호 선임기자

멕시코 오픈 우승 제이크 냅

제이크 냅이 26일 PGA 투어 멕시코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바야르타|AP연합뉴스

제이크 냅이 26일 PGA 투어 멕시코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바야르타|AP연합뉴스

2021년 Q스쿨 도전 실패로 좌절
팔뚝에 “꿈을 좇아 살자” 새기고
새벽까지 경비일, 낮엔 스윙 연습
9번의 도전 끝에 ‘감격의 드라마’

“나이트클럽 경비원을 할 수 있을 만큼 덩치가 큰지는 모르겠지만, 문 앞에서 터프하게 서 있을 수는 있었다.”

나이트클럽 경비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공을 위해 달린 제이크 냅(30·미국)이 자신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9번째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냅은 26일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GC(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멕시코 오픈(총상금 81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2개로 이븐파 71타를 치고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를 기록, 사미 발리마키(핀란드)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콘페리 투어를 거쳐 PGA 투어에 올라온 신인 냅은 통산 9번째이자, 정식 회원이 된 올해 5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4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냅은 초반 티샷 난조로 타수를 잃는 바람에 7번홀(파4)에서 발리마키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지만 13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고 상대 보기를 더해 2타 차로 앞서간 끝에 우승컵을 들었다. 긴장감 탓에 초반 흔들리던 그는 후반 들어 이날 항공편으로 골프장에 도착한 여자친구의 응원을 받으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 승리를 지켰다.

캐나다 투어와 콘페리 투어에서 뛴 냅은 2021년 PGA 투어 Q스쿨 도전에 실패한 뒤 고향 코스타 메사(로스앤젤레스 인근)로 돌아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선수의 꿈을 이어갔다. 나이트클럽으로 바뀐 줄 모르고 돌아간 레스토랑에서 경비원을 필요로 했기에 그는 기꺼이 그 일을 맡았다.

“취객들을 다치지 않게 도와주고 보호하는 일을 했다. 새벽 2, 3시까지 일하고 아침 10시까지 잔 다음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훈련하는 생활을 8개월 정도 반복했다. 그 일은 내가 조금 더 열심히 살도록 하는 자극제가 됐고, 골프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해줬다.”

냅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의 이니셜을 팔에 새긴 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4타 차 선두로 끝낸 전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울먹였던 그는 마지막 우승 퍼트를 넣은 뒤 여자친구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우승상금 145만8000달러(약 19억4000만원)를 챙긴 그는 PGA 2년 시드와 올해 시그니처 대회 출전권, 마스터스 등 메이저대회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고교 시절 그는 홈코스에서 58타를 치고, US오픈 지역예선에서 61타를 기록하는 등 잠재력을 발휘한 유망주였다.

고난의 시기에도 “대나무는 땅밑에서 성장하다 한순간에 싹을 내고 올라와 몇주 만에 10m 가까이 자란다”는 코치의 조언을 가슴에 새겨온 그는 마침내 그의 소셜미디어 이니셜 ‘knapptime_ltd’처럼 잠에서 깨어나 꿈을 이뤘다. 그의 팔뚝에도 새긴 ltd는 ‘living in the dream(꿈을 좇으며 살자)’의 약자이다.

유럽 투어를 거쳐 미국으로 진출한 발리마키는 핀란드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우승에 도전했으나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판정중(대만)이 스테판 예거(독일) 등과 함께 공동 3위(14언더파 270타)를 차지했고 교포선수 김찬(미국)은 공동 8위(12언더파 272타)로 데뷔 시즌 첫 톱10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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