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안철수, 단일화 한다더니 측근들 ‘페북 난타전’

허남설 기자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형 최저소득보장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형 최저소득보장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문수·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간 ‘단일화 기싸움’이 양측의 상호비방으로 번지면서 단일화 논의가 끝내 파국을 맞는 분위기다.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8일 이전 두 후보가 단일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인다. 애초 공통 가치·정책에 바탕을 두지 않은 ‘명분 없는 단일화’였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논란만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이나 내일(6~7일) 안 후보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현재 상태에서 만날 계획도, 만나자는 제의도, 단일화 계획도 없다. (단일화를 하자는) 제안도 온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를 할 생각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둘이 사랑하느냐,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면 서로가 맞아야지, 어느 한쪽에서 얘기한다고 다른 한쪽에게 ‘당신은 결혼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하면 뭐라고 답을 하느냐”고 했다. 안 후보 측이 제안했다는 단일화 여론조사에 대해선 “통상 방식이 아니라 제가 (후보를) 관두는 방식”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선동 의원은 “막판에 어느 후보가 판단해서 단일화가 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3등으로 전락한 후보가 스스로 정치적 졸업장을 받아들이면서 그대로 갈 것인지, 대의를 봐서 ‘드롭’(자진사퇴)해 박원순 시장을 꺾고, 정부도 견제하고, 본인도 그런 맥락 속에서 갈 것인지, 그게 마지막 현실적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안 후보 자진사퇴가 유일한 단일화 방안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를 방문, 사전투표 캠페인을 펼치기에 앞서 선거운동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를 방문, 사전투표 캠페인을 펼치기에 앞서 선거운동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안 후보는 “저는 박원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서 ‘김문수 양보론’을 굽히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일관되게 말씀드렸듯이 박 시장 3선을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들, 절반이 넘는 서울시민들, 그 마음을 저는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누가 2등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자구도에서 몇 %를 얻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박원순 후보를 이길 수 있는가, 그래서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대승적인 양보를 하는 것이 절반이 넘는 서울시민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후보와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따로 계획을 잡지는 않았다”고 했다.

두 후보가 모두 서로에게 양보하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단일화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만날 계획은 없다고 한 것이다. 사전투표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어느 한 후보가 자진사퇴를 결심하지 않는 이상,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로 “안 후보 측에서 말하는 단일화는 제가 고려할 내용이 없다”(김 후보, 5월30일 국회 기자회견), “인위적인 단일화는 있을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안 후보, 5월29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고 시끌벅적하게 벌여왔던 신경전이 결실 없이 끝나가는 모양새다.

차명진 전 의원(왼쪽), 김근식 경남대 교수.

차명진 전 의원(왼쪽),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안 후보 측근들은 ‘페이스북 난타전’

와중에 두 후보 측은 단일화 무산 분위기를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페이스북 난타전’을 벌였다.

김 후보 측 차명진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안(철수) 쪽 사람들이 기사거리에 목마른 기자들한테 단일화 논의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얘기를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 전 의원은 “심지어 김(문수)이 안(철수)에게 양보하고 선거가 끝난 후 홍준표 대표를 제끼고 합당을 할 거라는 가당치도 않은 얘기를 흘리고 다닌다”며 “그렇게 언론플레이를 하면 자기들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차 전 의원은 “안철수가 정치의 기본이 안되고 얍삽하게 공작만 할 줄 아는 참모들에 둘러싸여 있는지, 아니면 안철수 자신이 그런지 참 걱정”이라고 했다.

안 후보 측 김근식 경남대 교수(캠프 대변인)도 페이스북 글로 맞받았다. 김 교수는 “대학선배인 차 전 의원에게 보낸 문자가 언론에 보도돼 단일화 논란에 저들의 입맛대로 악용됐다. 참 지저분한 언론플레이”라며 “친하게 지낸 사이도 아니지만 참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는 걸 보니 역시 한국당은 공작정치의 대가답다”고 힐난했다.

김 교수는 “차명진의 언론공작을 경험하면서 새누리당 출신들의 저급한 정치추태도 상상 이상임을 재확인했다. 우리 중도정당은 어떤 경우에도 닳고 닳은 기득권진보와 구태보수 양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 저들은 극복의 대상일 뿐”이라고 했다.

앞서 김 교수가 차 전 의원에게 ‘김 후보가 양보하고 지방선거 후 한국당에서 홍준표 대표를 대체하는 게 어떠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한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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