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청년·여성 정책 ‘갈팡질팡 행보’

‘남성 표심’ 집중했다 비판받자 여성할당제 옹호로 진화

예비부부와 만남선 부인과 깜짝 통화로 여성 표심 구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57)가 14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한 부산·울산·경남 민생 대장정은 ‘청년과 여성’ 표심 얻기로 요약된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공무원시험에서 남성이 혜택을 본다”고 여성할당제를 옹호했다. 최근 ‘반(反)페미니즘’ 글을 공유했다 비판에 직면하자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이날은 “청년세대들은 지방에서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도권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쥔 2030세대 표심을 야당 후보에게 빼앗겨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방문 이틀째인 13일 스튜디오가 마련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안에서 지역청년 4명과 ‘국민반상회’를 열었다. 그는 여성할당제에 대해 “20대 남성이 여성할당제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폐지하자고 하지만, 실제 여성을 위한 할당제는 거의 없고 성(性)할당제”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성이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하자고 해서 실제로 누가 혜택을 보느냐(봤더니) 공무원시험에서 남성이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울산 청년들과의 대화(12일)에서도 “남녀의 전 생애를 놓고 보면 여성이 너무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 남성의 표심을 얻는 데 집중하면서 같은 세대의 여성 표심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8일에는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민주당이 각종 페미 정책으로 남성들을 역차별했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의원들과 공유했다. 이 때문에 지지세가 취약한 2030여성들의 반발을 샀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 후보는 13일엔 경남 거제 옥계해수욕장 오토캠핑장에서 예비부부와 만난 행사에서는 최근 낙상사고를 당한 부인 김혜경씨와 예정에 없던 통화를 했다. 그는 “제가 때려서 그렇다(아내가 다쳤다)는 소문이 있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며 “누가 (유언비어 유포를) 일부러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통화에서 “(낙상사고 당시) 잠시 기절했었는데 눈 뜨는 순간 우리 남편이 ‘이 사람아’ 하고 울고 있더라. 되게 뭉클했다”고 회상했다. 민주당은 사고 당시 이 후보가 119안전신고센터에 신고한 녹취록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이날 매타버스 안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소속 20~30대 연구원들과 퀴즈 대회를 한 뒤 “지방 소외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청년세대들이 지방에서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도권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문제뿐 아니라 국토균형발전 문제도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후보는 대우조선소 경영진과 만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문제에 대해 “노동자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져 일자리를 잃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인수·합병으로) 하청업체 홀대 등의 우려를 막기 위해 (관련 사항을) 협상 조건에 명확히 하거나 정부 감독기구를 강화하는 방향을 당이 챙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우조선소 노조·시민대책위원회와의 만남에서도 “노동자가 걱정하는 구조조정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