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이재명, 文정부서 탄압” 발언에 친문계 정면 반박···이낙연 “잘못됐다”

박홍두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교육격차해소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교육격차해소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을 받던 사람”이라고 언급한 것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에 대응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자 친문(재인)계 등 당내 일각에서 정면 반박하면서다. 이번 공방은 대선 이후 여권 내부 권력구도를 놓고 기싸움 성격도 엿보여 내부의 긴장감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단은 송 대표가 지난 11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송 대표는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을 받던 사람”이라며 “거의 기소돼서 (정치적으로)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과 관련해 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경기지사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 등을 언급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송 대표의 발언을 그동안 이 후보가 각종 행보에서 보였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당내 친문계인 윤영찬 의원은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박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 후보를 탄압했다는 송 대표님의 말씀은 아연실색이다”라며 “내부를 분열시키는 이 같은 발언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저도 (문) 대통령을 모셨지만 대통령님은 특정 누구를 탄압하는 성정이 아니시다. 본인이 힘드셔도 전체를 위해 참고 견디시는 분”이라며 “사실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친문계 김종민 의원도 SNS에 “도대체 이런 왜곡이 어디 있나?”라며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이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텐데 민주당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에도 ‘이재명도 정권교체’라는 말로 씁쓸함을 안겼던 당대표가 이번에는 대놓고 정치탄압을 운운하다니, 이건 당대표로서 갈 길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와 이 후보를 분리시켜야 표가 된다는 잘못된 판단, 민주당을 친문·비문으로 가르는 분열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와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도 공방전에 가담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비전 혁신회의에서 “선거기간이라 그렇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취까지도 사실과 다르게 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민주당이라면 모든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취와 과오를 공정하게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태도가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받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후보가 대신 해명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마도 송 대표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얘기하시다가 약간 지나치신 것 같다. 약간 (표현 수위가) 넘으신 것 같다”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방은 단순히 이 후보의 대선 전략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두둔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대선 이후 여권 내부의 권력구도를 염두에 둔 공방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재명계와 친문계 등이 오는 8월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격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내부에서 서로 불필요한 말싸움을 하는 건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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