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불교계 고충과 억울한 점 인식하게 됐다”···머리 숙인 민주당

박홍두 기자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두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논란 발언에 사과를 하고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두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논란 발언에 사과를 하고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1일 불심 달래기를 위해 다시 머리를 숙였다. ‘봉이 김선달’ 발언 당사자인 정청래 의원은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해 직접 사과하려고 했지만 불발됐다. 송영길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구성하면 특정 종교 편향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와 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했다. 불교계 인사들이 대거 모이는 행사에 직접 찾아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통행세에 빗대면서 “해인사는 봉이 김선달”이라고 말해 불교계 반발을 샀다. 이재명 대선 후보, 송 대표, 정 의원이 사과했지만 조계종은 민주당 지도부에 정 의원 출당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뜻이라며 ‘이핵관’(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으로부터 자진 탈당을 권유받았다”고 주장하며 탈당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이핵관’ 언급을 놓고 당내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조짐까지 나왔다.

이날 승려대회 행사에는 송 대표만 참석한 채 정 의원은 조계사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여기 오라고 해서 오고 있는 중에 그냥 국회에서 사과 발표를 하는 게 좋겠다고(들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불교를 폄하한 정청래는 탈당하라’고 적한 손팻말을 든 시위자들이 모였다.

정 의원은 이후 국회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정 의원은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난 몇달 간 저 스스로 많은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불교계의 고충과 억울한 점도 인식하게 됐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국민과 불교계의 상생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며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오신 불교계와 스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는데 미력하나마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승려대회에서 발언할 예정이었지만 승려들의 반발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송 대표는 행사장을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정부는 앞으로 정부의 각종 행사의전에서 더 신중하고 철저히 말과 행동을 삼가서 특정 종교 편향이란 오해의 소지가 없게 하겠다”며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 이재명 정부를 구성하면 이 원칙을 더 잘 지켜 특정 종교 편향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여당 대표로서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 의원을 출당시키지 않고 사과를 하는 선에서 불교계와 정리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렇게) 기대하고 있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당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정 의원을 나무라며 “선거를 앞두고 위험한 언행을 하는 건 출당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부 다른 의원들은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감에서 의정활동으로 한 발언을 문제삼아 당이 징계를 한다는 것도 표만 생각하는 과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기자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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